전국 최저 수준 출생율에도…동천체육관서 매년 '베이비페어' 4~5회나

▲ 울산 육아용품 박람회 모습. <자료사진>

(울산=국제뉴스) 신석민 기자 = 전국 최저 수준의 출생율을 보이고 있는 울산에서, 대규모 육아용품 박람회(베이비 페어)가 매년 5회 가량 열리고 있어 '이상 과열' 현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이들 박람회를 지역 일부 지상파 방송사들이 주도하면서, 방송사에 장소를 우선 배정해주는 협약서를 작성해준 울산시설공단 직원이 중징계를 받는 등 갖가지 후유증을 낳고 있다.

14일 울산시설공단 등에 따르면 울산MBC와 울산방송(UBC)은 매년 2~3회씩 동천체육관에서 육아용품 박람회를 개최해 오고 있다. 

올해에도 울산MBC는 지난 2월과 7월, 울산방송은 지난 6월에 이어 11월 베이비 페어를 열었거나 준비하고 있다. 

울산지역은 지난해 출생아 수가 8100명에 머무르면서 전년도 대비 13.8% 감소, 전국에서 두번째로 높은 출생아 감소율을 기록했다.

가임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추정되는 합계출산율도 1.13명으로 전년보다 0.13명 감소했다. 지난해 울산의 인구 1000명당 출생아 수를 뜻하는 조(粗)출생률 또한 7.1명으로 전년(8.1명)대비 1명 줄어들었다. 이같은 울산의 조출생률은 전국 평균(6.4명)을 겨우 웃도는 수준이다.

이같은 수치에도 울산지역에 여전히 육아용품 박람회가 자주 열리고 있는 것은 한때 전국 최고 수준의 출생율을 기록했던 영향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울산은 지난 2015년말 기준으로는 출생아 수가 지난해말보다 무려 30% 가량 많은 1만1732명으로, 전국 최대 출산율을 기록하는 지자체였다. 울산시는 지난 2009년 육아용품 박람회를 처음으로 입안, 박람회와 함께 대대적인 출산장려 정책을 홍보하는 열정을 보이기도 했다. 

이러한 유아용품 박람회의 이상 과열 분위기 탓에, 지난해에는 울산시설공단 동천체육관 직원이 방송사에 매년 3회씩 육아용품 박람회를 위한 장소를 공식 문서로 약속했다가 자체 감사에 적발돼 '감봉 3개월' 중징계를 받은 사실도 뒤늦게 드러났다.

이와 관련, 이미영 울산시의원은 "지역의 작은 법인회사들이 착한 행사(사회적 기업  박람회)를 할 수 있도록 사회적 경제지원센터에 신청했지만, 거절당했다"며 "(동천체육관에서) 수년을 진행해 온 각종 박람회와 베이비페어 등과 어떤 부분이 다른지를 답변해달라"고 울산시에 공식 요청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울산시설공단 관계자는 취재진에게 "(이 의원이 지적한) 사회적 기업 행사는 이미 특정 방송사가 미리 예약한 날짜와 겹쳐서 받아들이지 못했을 뿐"이라며 "프로농구가 열리는 동천체육관에 대한 관리보다도, 직원들이 장소를 빌려주는 대관 업무에 엄청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고 토로했다.

한편 2018년 기준, 동천체육관 대관 신청 건수 1865건이었다. 올해에는 9월말 현재 1709건에 달한다. 울산지역에는 실내체육관이 동천체육관과 종하체육관 2곳 뿐이다. 종하체육관의 경우 주차면수가 80개 밖에 안되는 데다 40년 이상 노후한 시설로, 외면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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