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손상 원인 뇌전증 후유증 발병 가능성 높아...신속한 응급처치와 치료가 급선무

 

최근 언론보도를 통해 석 달 전 부산에서 발생한 학교폭력 사고때문에 고등학생 피해자가 뇌출혈과 뇌전증 진단을 받고, 현재 뇌 기능 이상에 따른 인격 및 행동장애를 앓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국민들에게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이 사실은 피해자의 아버지가 학교 폭력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당시 CCTV 영상을 언론사에 제공하면서 알려지게 됐다.

고등학교 2학년인 피해자 손 모 군은 지난 6월 초 평소 알고 지내던 동갑내기 A군에게 불려 나가 목이 졸려 쓰러지면서 머리가 아스팔트에 부딪혀 심하게 다쳤다. 급히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심각한 후유증이 남았고, 현재 의사소통 능력이 초등학생 수준으로 떨어지고 자해까지 할 정도로 심각한 상태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뇌전증은 과거에는 흔히 '간질'로 불리었으나, 사회적 편견이 심하고 간질이라는 용어로 인해 환자가 입게 되는 사회적 피해가 커 '뇌전증'이라는 용어로 변경됐다. 흔히 유전적 질환으로 오해하고 있지만 위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외상에 의한 발병도 드물지 않다.

대한간질학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 인구의 약 1%가 뇌전증을 앓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매년 2만 명 이상의 환자가 새롭게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뇌전증은 뇌가 작동 중에 갑작스럽게 짧은 변화를 일으키는 신체 상태를 말한다. 뇌 세포가 적절하게 작동하지 않으면 환자의 의식, 운동 또는 행동이 짧은 시간동안 변화될 수 있다.

뇌에서 발생하는 과도한 전기적인 자극으로 인해 나타나는 다양한 신경학적 증상을 발작이라고 하는데, 뇌전증은 이러한 발작이 반복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뇌전증은 원인이나 발병양상, 치료 등 모든 면에서 아주 다양한 형태가 발견되는 것이 특징이다. 같은 종류의 뇌전증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환자에 따라 치료와 증상에 차이가 있다.

이런 이유로 인해 뇌전증의 치료에는 먼저 그 원인을 찾아 이를 교정해 주는 것이 필수적이다. 원인을 알기 위해서는 우선 발작이 언제 어떻게 일어나고 눈이나 손은 어떤 모양이었으며, 얼마나 지속되었는지, 그리고 환자가 반응했는지, 기억을 하는지에 대해 전문의 상담이 우선돼야 한다.

발작은 크게 부분 발작과 전신 발작으로 나뉜다. 부분 발작은 뇌의 특정 부위에서 발작이 발생하는 것으로 해당 뇌 영역이 지배하는 신체 부위에서 증상이 나타나며, 뇌의 다른 부위로 퍼져 나가기도 한다.

또 부분발작은 발작 때 의식장애가 없는 단순부분 발작과 의식장애가 나타나는 복합부분 발작, 부분발작에서 전신으로 퍼지는 2차성 전신발작으로 세분화된다.

전신 발작은 뇌의 전체에서 발작이 나타나는 것을 뜻하는데, 신체의 한 부위에 국한되지 않고 전신적인 증상이나 의식 소실을 동반한다.

뇌전증의 주요원인으로는 앞서 학교폭력 피해자의 경우처럼 외부 충격에 의한 뇌손상 이외에도 유전이나 미숙아, 교통사고 및 분만 중 뇌손상, 뇌염 또는 수막염 후유증으로 뇌의 신경세포가 망가진 경우, 뇌 형성 중 문제 발생, 뇌종양, 뇌 혈관기형, 뇌내 기생충 등이 거론된다. 드물게 원인이 밝혀지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일반적으로 뇌전증을 진단하기 위해서는 뇌파검사를 시행한다. 뇌는 활동하고 있는 동안 미약하지만, 전기를 일으키고 그 미세한 전기를 포착해 그려내는 것이 뇌파다. 뇌파검사는 뇌전증 여부뿐만 아니라 뇌전증 발작의 시작 위치, 뇌전증의 분류를 결정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또 정확한 원인 규명을 위해 뇌 전산화단층촬영(CT)이나 뇌 자기공명영상(MRI) 등을 시행하기도 한다.

▲ 대동병원 신경과 문인수 과장

과거의 경우, 치료 목표가 발작 횟수를 줄이거나 예방하는 정도였으나, 최근 뇌전증에 대한 진단과 치료법이 발전해 정확한 진단을 통해 치료가 시행되면 완치가 될 수 있는 질병이다. 100명 중 약 70명 정도는 약물로 치료되며, 2∼5년간의 치료로 완치되기도 하며, 이중의 절반은 평생 약을 복용하면 뇌전증은 거의 재발하지 않는다.

드물지만, 난치성 뇌전증의 경우, 단독 또는 병용의 약물 요법으로 치료 또는 조절이 되지 않고 점차 악화되는 경향이 있을 때는 수술 치료를 하기도 한다.

대동병원 신경과 문인수 과장은 "대부분의 뇌전증은 약물로 충분히 치료와 조절이 가능하며, 70%이상은 약물치료로 일상생활을 하는데 큰 지장이 없다"며 "하지만 뇌 손상에 의해 발병된 뇌전증은 후유증을 동반하기 때문에 외상이 있었을 당시 신속한 응급처치와 치료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또 "최근 정해진 약물 치료를 지키지 않거나 사람들에게 잘못된 인식과 선입견 때문에 치료시기를 놓치는 경우를 볼 수 있는데, 이런 경우 오히려 자기 자신의 건강은 물론 타인에게도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에 무엇보다 증상이 있으면 신속한 진단을 통해 적절한 치료를 시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 [도움말: 대동병원 신경과 문인수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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