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인정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 부원장, '융기원 내외부 연결고리' 역할

(수원=국제뉴스)김만구 기자 = 베일에 싸인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의 연구성과를 외부로 끌어내고 있다. 연구원은 국민의 삶과 직결된 무수히 많은 연구 및 실증사업을 한다. 하지만 길 가던 10명 중 1명도 융기원을 잘 알지 못한다. 융기원 내부와 외부를 연결하는 중개 역할을 하고 있다." 고인정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 부원장은 지난해 신설된 상근 부원장의 역할을 묻자 이렇게 답했다. 지난해 9월 경기도와 서울대 공동법인이 출범하지 전까지 융기원은 비상근 원장 부원장 체제였다. 서울대 교수가 원장과 부원장을 겸임한 탓이었다. 연구원 특성상 외부와의 연결고리가 끊어져 있었다. 고 부원장은 지난해 12월 부임했다.

-부임한지 9개월이 지났다. 어떤 역할을 맡아왔나.

"근본적으로 연구 조직과 공무원 조직은 상반되는 면이 있다. 그간 경기도와 서울대간 서로 관점의 차이를 각 기관에 설명하는 매개역할과 설득역할을 해왔다. 최근에는 경기도가 요구하는 R&D사업연구에 집중했다. 소방스마트헬멧, 영유아 보육안전 시스템 등이다. 최근 논란이 된 아베보복관련 소재부품 국산화 사업도 맡아서 하게 됐다."

▲ 고인정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 부원장.<사진제공=융기원>

-반도체 소재 개발을 융기원이 전담한 것인가?

"반도체뿐만 아니라 각종 소재 개발에 착수한다. 도에서 100억 원의 예산을 지원하기로 했다."

-연구원이 직접 소재를 개발하는 방식인가?

"연구소, 대학, 중소기업이 컨소시엄형태로 공동 연구한다. 수요처인 대기업도 참여하는 구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소재개발에는 50년~100년 걸린다고 했는데 단기적으로 성과를 내기는 어려운 것 아닌가?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중소기업은 공급처가 확실해야 기술개발에 착수하는데 현 경제구조가 왜곡된 측면이 있다. 기술을 개발해도 대기업이 외국제품을 사용하는 것이 문제다. 기술개발이 더딘 이유다."

-중소기업의 기술력 한계때문이지, 대기업에서 외면한다고만 볼 수는 없지 않나?

"일리는 있다. 하지만 '중소기업은 100% 공급처가 확보되면 기술을 개발할 수 있다'고 본다. 최근 만난 한 중소기업 대표의 경우 대기업에서 2억 원을 지원해 기술을 개발했는데 정작 대기업은 외국제품을 사용했다고 했다. 결국 일본이 소재부품 수출을 하지 않겠다고 하니까 발등에 불 떨어진 것 아니냐. 공기업도 마찬가지였다. 한국전력으로부터 기술개발비 2억~3억 원을 지원받아 전선광케이블을 만들었던 한 중소기업도 한전이 말레시아산 부품을 수입해 사용하는 바람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했다."

-의지만 있다면 일본산 소재부품 대체 제품 개발이 단기간에 가능하다는 것인가?

"경기도형소재부품사업단에서 중소기업과 대기업간 협력해 적어도 2~3가지 만들어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어떤 소재를 개발하는가?

"소재는 비공개다. 영업비밀이다."

융기원은 소재연구외에도 29개 연구센터에서 어린이 안전, 스마트소방헬멧, 미세먼지 절감 연구, 자율주행차 개발 등 실생활에 필요한 수 많은 연구를 한다. 최근에는 세계최초로 미세먼지를 잡아먹는 조류(藻類)를 발견했다. 상용화가 가능한지 검토 중이다.

-미세 조류가 무엇인가

"이 조류는 바다에서 사는 플랑크톤 같은 종(種)으로 미세먼지를 잡아먹으면서 성장한다. 미세먼지를 먹고 산소를 내뿜는다. 밀폐된 공간에서 공기청정기를 틀면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아져 환기를 시켜야 하는데, 이 조류를 어항 등에 넣어놓으면 숲속에 있는 것과 유사한 효과가 있다. 박재연 환경자원융합센터장이 발견했다. 거의 완성단계로 특허 출원 중이다."

-조류가 발견된 적이 없었나?

"세계최초다. 바닷가 현무암 등 고인물에서 서식하는 조류다. 몇 십도~몇 백도의 온도 변화에도 견딜 수 있는 조류다."

-공기청정 기능이 입증됐나?

"폐쇄된 공간에서 조류를 놓고 측정했다. 산소와 이산화 탄소량을 12시간 동안 측정했다. 이산화 탄소량이 감소하고 산소량이 늘었는데 동시에 조류량도 증가했다."

-조류의 종이 수 만가지일텐데, 이 조류가 공기청정에 효과가 있다는 것을 어떻게 알고 채집한 것인가?

"환경자원융합센터에서 정부 예산을 지원받아 수만 가지 조류를 분석하고 실험해 발견한 것이다."

-양산화 단계인가?

"특허를 신청했다. 올해 안에 특허가 나오면 정식으로 공개할 계획이다. 대기업 등이 이 조류를 이용해 기술개발을 할 경우 로열티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집에 설치하면 공기정화가 되는 것인가?

"설치는 간단하다. 어항에 조류가 담긴 바닷물을 넣으면 된다. 다만 집에는 해수가 없기 때문에 수돗물이나 민물에서도 서식이 가능한지 연구중이다. 이 조류외에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 그래핀 기술을 활용한 필터도 개발했다. 공기청정기의 경우 필터를 교환해야하는데 이 필터는 기존 필터보다 정화기능이 좋고 물로 세척해 사용할 수 있어 실용적이다."

-반영구적 필터라는 의미인가?

"그렇다. 10월 초 킨텍스에서 열리는 환경대전에 전시한다. 향후 버스정류소 부스에 필터를 설치하고 조류를 넣어 미세먼지를 감소시키는 시범사업도 고려하고 있다."

▲ 고인정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 부원장.<사진제공=융기원 블로그 캡처>

융기원은 올 상반기에 '영유아 보육․안전 시스템'도 개발했다. 이 시스템은 영유아가 차고 있는 스마트워치를 통해 통학차량 탑승 및 등‧하원, 활동량과 건강상태, 보육시설의 온도,습도,미세먼지 등 각종 정보를 학부모가 스마트폰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는 4차산업 분야 첨단 기술이 적용됐다.

-영유아 보육안전시스템 사업의 상용화는 언제쯤 가능한가?

"어린이집 1곳 선정해 내년 5월까지 실증사업을 진행한다. 학부모 동의를 받았고, 원장 및 교사 교육 등 설명회도 했다. 현재 시스템 구축장비를 반입중이다."

-시범 사업 비용은 얼마나 되나?

"3억 9천 만원이 든다. 내년에는 예산을 늘려 노인이나 장애인시설에 이 시스템을 도입하는 방안을 연구할 계획이다."

-1개소당 3억 9천 만원이면 경기도 전 어린이집 확대시 조 단위의 사업비가 필요한 것 아닌가?

"시범 사업이기 때문에 사업비가 늘어났다. 1개 시설 당 5천 만원 정도의 사업비가 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 비용을 도가 다 부담하는 방안이 적정한지도 검토해야 한다. 어린이집에서 자부담하는 방안 등도 고려해야한다."

-해외에도 어린이집 안전 시스템이 개발된 사례가 있나?

"중국에서는 등하원시 안면인식정도 확인하는 것 같다."

-융기원의 연구과제가 수 십~수 백 가지가 되는데, 과제별로 성과 등을 따져 선택과 집중을 통해 연구 효율성을 높일 필요가 있지 않나?

"최근 연구본부에서 연구실 운영과 관련 규정을 만들었다. 2년 한 번씩 평가하고 일정 성과가 없으면 연구과제를 정리하기로 했다. 또한 현재 서울대교수와 전문연구원만 사용할 수 있는 융기원을 타 대학 등에 개방하는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

-융기원 개방은 서울대가 독점적으로 운영해왔다는 이유로 과거부터 도의회에서 논란이 된 적이 있지만 무산되지 않았나?

"지난 2년 동안 경기도와 서울대가 이 문제를 고심해왔다. 결국 합의안이 경기도 서울대간 공동법인 출범이었다. 이번 소재부품사업단도 서울대를 포함한 도내 모든 대학들이 공동 참여하는 시스템을 만들어보자는 의도가 담겨 있다."

고 부원장은 "융기원은 어느 누구도 시도해 보지 않은 연구를 해왔다. 하지만 공공기관으로서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면서 "연구라는 독특한 폐쇄성을 인정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국민들이 인식하지 못하는 정책은 정책이 아니다. 연구도 마찬가지인데 융기원은 도민을 위한 과제보다 연구원 개개인의 연구 과제를 중점적으로 해왔다"며 "순수나 기초연구를 벗어나 국민들에게 직접 도움이 되는 경기도형 실증연구를 병행, 강화할 계획"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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