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FPBBNews

(미국=국제뉴스) 조현호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탈레반과의 평화협상을 하루 앞두고 전격 취소하자 외교 정책에 있어 그의 성급하고 무책임한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특히 아프가니스탄은 9.11 테러의 배후 알카에다를 추적하기 위해 미국의 반(反) 테러 전쟁이 18년간 지속돼 왔던 곳으로 아직까지 불안정한 지역임에도 미국이 철군을 결정하는 등 무책임하게 발을 빼는 것이 아니냔 지적이 일어온 곳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최근 아프간 수도 카불에서 탈레반의 테러로 미군 1명이 사망한 것을 거론하면서 평화회담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 날인 8일 캠프 데이비드에서 탈레반 최고지도자들 및 아프간 대통령과 회담을 가질 예정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취임 직후부터 비용 등을 이유로 아프간에서의 철군을 주장해왔다.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미국 역사상 가장 오래 지속되고 있는 아프간 전쟁에 대한 국민들의 반감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렇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들조차 탈레반의 테러가 계속되고 있어 철군은 시기상조라 지적해 오고 있다. 또한 철군할 경우 탈레반이 친미성향의 정권을 몰아내고 다시 정권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까지 제기된다.

린지 그레이엄(공화사우스캐롤라이나) 상원의원은 "어떤 협상이든 미국이 아프간에 군대를 계속 주둔시키는 것을 허용해야 한다"며 "아프간 내 미국의 강한 대(對)테러 능력을 부정하는 협정은 평화협정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또한 지난해 자리에서 물러난 제임스 매티스 전 국방장관도 트럼프 대통령과 아프간 병력 감축을 두고 마찰을 빚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결국 트럼프 대통령 자신이 평화협상을 전격 취소하면서 외교 정책에 있어 성급하고 무책임하게 행동했다는 비난은 피할 수 없게 됐다.

우드로 윌슨센터의 애런 데이비드 밀러 연구원은 "상징적으로도 실질적으로도 안 좋아 보인다"며 "현재 결과를 봐라. 트럼프 대통령은 탈레반과의 협상을 중단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트럼프 대통령)는 상황을 더 악화시킨 것으로 보인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접근 방식은 '자만심의 절정'(the summit of the vanities)이라고 비난했다.

민주당 대선주자인 에이미 클로버샤 상원의원도 CNN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외교정책을 마치 게임 쇼처럼 취급한다"고 비난했다.

미국진보센터(CAP)의 브라이언 카툴리스 선임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 접근법에는 공통적인 맥락이나 철학이 없으며 예측 불가능성만 있는 것 같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탈레반 최고지도자와의 회담 장소로 캠프 데이비드를 선정한 점도 비난의 대상이 됐다.

딕 체니 전 부통령의 딸인 리즈 체니 공화당 하원의원은 "캠프 데이비드는 미국인 3000명의 목숨을 앗아간 911 테러 이후 미국의 지도자들이 대응책을 계획하기 위해 모였던 장소"라며 "당시 알카에다를 지원했던 탈레반의 누구도 그곳에 발을 놓아서는 안 된다"고 비난했다.

애덤 킨징거 공화당 하원의원도 "911을 포기하지 않고 악행을 계속하는 테러 조직의 지도자들이 우리의 위대한 나라에 (들어오는 것을) 허락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평화협상 취소 결정에 탈레반은 성명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결정으로 다른 누구보다 미국인들이 더 큰 피해를 입을 것"이라고 비난했다.

탈레반 대변인인 자비훌라 무자히드는 "미국의 신뢰도는 훼손됐고 전 세계에 미국의 반평화적 태도가 드러났다"며 "미국의 사상자와 재정적 손실은 증가할 것이고 국제 정치에서 미국의 역할은 신뢰를 잃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평화협정 초안에 우려를 나타내던 아슈라프 가니 아프간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 취소 결정을 환영한다는 뜻을 밝혔다.

가니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정부는 평화와 관련해 동맹국들의 진지한 노력을 높이 평가하고, 미국 및 다른 동맹국과 함께 지속적인 평화를 위해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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