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병학 칼럼니스트

풀이 죽어있다. 고랭지역의 감자 주산단지 농민들은 얼이 빠져있다. 가뜩이나 농산물 가격이 폭락하여 판로가 막히고 밭에서 고름이 되어가는 농산물을 바라보며 울분을 삭히는데 뺨마저 사정없이 맞는 기분이다.

고랭지 감자는 충분한 가격은 아니지만 나름 안정성이 담보된 작물로 감자 재배를 하는 농업인에게는 효자와도 같은 작물이다. 감자의 쓰임새는 요즘 과자제품으로 많이 사용되고 다양한 용도로 시장에 선보이고 있다. 감자농업인들은 수십 년간 제과회사와 계약관계를 유지하며 직거래를 통한 상생의 모범적 사례로 자리매김 하였다.

하지만 올해 특히 이즈음에 불거진 한일간의 식민지 수탈 역사 갈등은 경제전쟁으로 비화하며 “일본제품 사지도 먹지도 맙시다.” 라는 현수막이 전국 구석구석까지 나부끼며 감자농사를 하는 농업인에게 직격탄의 불똥이 번지고 있다.

특히 H제과 관계자는 감자농업인을 모아놓고 70% 만 수매를 할 테니 나머지 30%는 농가가 알아서 판매하라는 최후통첩을 하였다. 농가는 날벼락을 맞은 셈이다. 계약이란 무엇인가? 천재지변, 작황의 변수, 그 외 불가항력적 사항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안전장치로 법적효력을 가지는 제도다. 특히 생물인 농산물은 이러한 계약관계로 신의가 발생하고 생산에 안전성을 유지하는 것이다.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일본자본과 합작하여 제품을 생산한다는 단 하나의 이유 때문에 농업인을 희생양으로 삼는다? 납득이 가능한가!

도대체 30%의 감자를 계약대로 가져가지 않겠다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50%의 일본자본에 발목을 잡힌 것이다. H제과는 들불처럼 번지는 불매운동에 손을 들고 만 것이다. 결국은 열악한 우리 농업인을 옥죄는 결과를 낳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감자 생산 농가가 일본제품 불매운동의 희생양이 된 것이다. 일본에서 직수입 하는 것도 아닌 단지 일본과 합작이라는 이유 하나만 가지고 불매운동의 표적이 되고 제과회사는 올바른 대응조차 포기 한 채 바로 항복하며 농업인에게 모든 걸 전가하고 말았다.

그렇지 않아도 소비절벽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농산물 가격이 폐기처분 등 극단적인 처방을 하고 있고, 감자마저 형편없는 가격이 형성중인데 여기에 수매포기 30% 물량이 시중에 쏟아질 땐 절망이고 재앙일 것이다.

우리의 현실은 너무 쉬운 감정에 사로잡힌다. 물론 일본의 불분명하고 반성을 희화화 하는 극우적 사고방식에 온 국민이 치를 떤다. 어디까지나 정치적 문제이다. 정치적 문제를 경제전쟁으로 선전포고한 일본정부의 술수와 농간에 온 국민이 분노 하는 것은 우리 민족의 자주성이다. 그들의 프레임이 치졸하고 WTO 체제의 세계자유무역주의를 명백히 역행하는 것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당장 우리발등, 우리 감자 농가의 발등에 불이 떨어지고 농업인이 위기에 닥친 현실을 강 건너 불구경 하고 있을 시점은 아닌 것이다. 한국과 일본 간에는 경제적으로 많이 얽히고설키어 있음이 주지의 사실이다. 이런 작용을 반작용으로 되돌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대체적 시스템을 찾아내는 기술적, 자본적, 시간적 여유를 가질 수 있느냐 또한 고려해 보아야 한다. 특히 농산물은 일본과의 교류가 어느 정도 기반이 다져지는 시점에 안타깝게 한일간의 갈등이 발목을 잡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작금의 감자농가가 당장에 겪는 납품을 포기해야 할 30%의 물량이 시름이고 감자농사 전체에 주는 타격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또한 이 여파가 기타 특용작물을 위시한 수출농가에 직격탄이 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이 부분에 정부는 물론 지자체, 시민단체는 숙고하여야 한다. 한마디로 대책을 세워야 하는 이유가 되는 것이다. 마냥 농업인에게만 희생을 전가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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