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국제뉴스) 노충근 기자 = 국민권익위는 1975년 인천 옹진군 소재 덕적도 근무 방위병이 민간인에게 총기를 난사해 살해하고 자살한 사건에 대해 당시 총기 관리 부실 등 사건 발생 진상규명을 위해 재조사 또는 재수할 것을 국방부에 의견 표명했다.

해군이 국민권익위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덕적도에서 방위병으로 근무하던 A씨(당시 23세)는 B씨를 짝사랑했는데 B씨 부모가 결혼을 반대하자 불만을 품고 있었다.

A씨는 1975년 5월 29일 저녁 무기고에서 M1 소총 1정과 실탄 8발을 훔쳐 다음 날 새벽 3시 쯤 B씨의 집에 침입, 가족들에게 총기를 난사해 B씨의 아버지(당시 만45세)와 어머니(당시 만42세)를 살해하고 B씨의 동생 C씨에게 복부관통상을 입혔다.

A씨는 B씨에게도 2발을 발사했으나 빗나갔고 이후 A씨는 인근 주택에 들어가 자살했다. 당시 해군 헌병대는 A씨가 자살하자 불기소의견으로 군 검찰에 송치하고 사건을 종결했다.

이 사건으로 졸지에 부모를 잃고 고아가 된 4남 1녀의 어린 자녀들은 덕적도와 인천 등지로 뿔뿔이 흩어져 식모살이를 하거나 친척집 등에서 근근이 생계를 유지해왔다.

자녀들은 사건 이후 군사정권의 통치가 계속되자 억울함과 한을 가슴 속에 품고 살다가 지난 해 6월 변호사를 선임해 국방부에 정보공개를 요청했다. 이어 사건의 내막을 국민권익위에 알리고 사건에 대한 재조사와 보상대책 등을 요구하는 민원을 제기했다.

국민권익위는 해군 등에 관련 자료를 요구했지만 당시 제5해역사령부(현재 인천해역방어사령부) 헌병대장이 작성한 ‘자살 사건 통보서’ 외에 관련 문서가 전혀 없음을 확인하고 이 사건 민원인, 친척 및 주민과의 면담조사 등을 실시했다.

사고가 난 1975년은 유신체제 및 군사정권 시기이고 이후 10여년 넘게 군사정부가 이어지며 이 사건은 언론에 전혀 보도되지 않았다. 피해자들도 일체 외부로 발설할 수 없었다는 민원인들의 증언을 확인했다.

이에 국민권익위는 ▲부실한 총기 및 실탄 관리·감독이 사건 발생의 원인인데도 이에 대한 조사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은 점 ▲이 사건으로 평온했던 신청인 가족의 삶이 파괴됐고 그 피해는 현재도 진행형인 점 ▲사건발생 지역이 최전방에 위치해 있고, 군부대의 협박 등 피해자가 국가에게 손해배상 등 권리구제를 요구하는데 객관적인 장애가 있었다고 볼 수 있는 점 등을 고려해 사건을 재조사 또는 재수사하고 피해 구제방안을 검토할 것을 국방부에 의견표명 했다.

권근상 고충처리국장은 “수십 년 전 군인의 불법행위로 국민이 억울하게 피해를 입었다면 국가가 이를 배상하고 억울함을 풀어줘야 한다”며 ”당시 군의 제대로 된 조사가 없었다면 지금이라도 객관적인 재조사가 이루어져 진실이 규명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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