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깨끗’ 사주는 대로 써...문제생기면 책임은 누가 지나

▲ (사진=허일현 기자) 고양시청 전경

(고양=국제뉴스) 허일현 기자 = 경기 고양시 계약부서가 사업부서의 엄격한 설계를 거쳐 요청된 관급자재를 고유권한을 내세우며 마음대로 구매해 논란이 일고 있다.

18일 시 등에 따르면 시 상하수도사업소(이하 사업소)는 덕이 하수관로 정비 사업을 국비172억7200만원과 시비87억5400만원 등 260억2천600만원의 예산으로 오는 2021년 말까지 추진할 계획이다.

이 사업은 오수관로 21.1km, 1091가구에 배수설비를 설치하는 것으로 사업소는 2017년 5월부터 추진해 설계용역과 내부검토를 거쳐 시의 일상감사와 경기도의 계약심사 등을 거쳤다.

사업소는 지난 6월 공사비와 함께 47억 원의 관급자재비용이 소요될 것을 예상하고 공사를 착공했다.

이에 사업소는 필요한 물품구매를 위해 조달청에 등록된 업체물품을 예시로 규격이나 성능, 가격을 표시한 용역설계를 토대로 지난 6월 계약부서에 구매요청을 했다.

확인된 것만 90종에 달하는 물품 중 φ150×6m 고강성PVC이중벽관과 내충격PVC오수받이, 내충격하수관, 덕타일주철관, 접합부속픔, 내충격하수새들관 등 각 규격별로 요청했다. 이 설계에 반영된 물품비용은 13억9477만원이 예상됐다.

그동안에는 관례적으로 구매요청서에 설계 반영된 업체명이 당연히 표시되거나 사업부서와 계약부서가 정보를 공유하면서 거의 설계에 반영된 업체의 물품이 구매됐다.

그러나 시가 지난 4월 비리 적 요인방지를 이유로 한 ‘계약사무 개선계획’을 발표하면서 사업부서는 구매요청서에 설계에 반영된 업체 명은 기입하지 않았다.

이에 계약부서는 설계에 반영된 업체의 존재는 아예 무시하고 규격과 가격을 참고로 조달청의 나라장터를 통해 물품을 구매했다.

이 과정에서 사업부서의 물품요청예상금액보다 1억8189만원이 적은 12억1288만원을 들여 구매했다.

이런 상황에서 지방의 한 언론사는 지난 6월27일 ‘고양시 엉뚱한 발주 말 많다’는 제목으로 ‘설계에 반영한 관급자재 구매 요청을 회계부서가 갑자기 뒤바꿔 엉뚱한 업체 물품이 발주됐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에는 ‘사업부서 직원들이 세밀한 검증을 통해 설계 반영한 것을 회계과는 설계반영도 안된 업체로 뒤바꿔 사업소는 어처구니없다는 반응인 반면 회계과는 계약업무 고유권한이라고 맞서 부서 간 갈등을 빚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시 계약부서는 지난 7월1일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관련기사와 관련해 해명 보도 자료를 내고 반박했다.

‘투명한 계약으로 비리·유착 뿌리 뽑는다’는 제목의 이 자료에 따르면 ‘업체와의 결탁 사전에 완전 차단’과 함께 ‘그동안 설계단계부터 특정 업체를 정해 계약요청을 하는 관행을 공정한 계약을 방해하는 주요 원인으로 보고 이를 근절’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그리고 언론사에 보도에 대해 ‘사실을 왜곡한 내용’이라며‘제품의 호환성 및 가격비교, 업체 간 형평성 등을 고려해 투명하고 공정하게 업체를 선정했고 그 결과 설계에 반영된 구매가보다 무려 1억8000만 원의 예산을 절감했는데 의혹 제기는 이해할 수 없다’고도 했다.

그러나 시의 해명대로 설계에 반영된 업체의 물품이 아닌 다른 물품을 계약부서가 알아서 구매한 것이 정당한 고유 업무라고 하더라도 설계에서 반영된 성능 등 특이점이 간과될 수도 있어 사업 부서를 무시한 구매는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계약부서의 1억8000만원 예산절감이라는 발표도 모순투성이라는 지적이다. 사업부서는 설계에서 표준가격을 예측해 놓았을 뿐인데 가격이 저렴한 물품을 구매하고서 마치 예산을 절감한 것 처럼 발표한 것은 ‘눈 가리고 아웅’이라는 여론이다.

이는 제3자단가계약에서도 가격차이가 있어 예산절감만 하려고 하면 현재 계약부서가 구매한 물품보다도 가격이 더 저렴한 조달우수제품도 얼마든지 있다는 것이다.

시의 한 공무원은 “시 계약부서의 보도 자료에는 여러 사업부서가 그동안 마치 업체와 결탁해온 비리의 온상처럼 오해할 수 있어 직원들의 사기를 꺾는 민감한 내용 투성”이라며“마치 계약부서만 공정하고 깨끗한 것처럼 묘사하는데 계약부서도 외압 없이 부서의지대로만 물품구매를 결정한다고 큰소리만 칠 수 있나”라고 의미심장하게 비판했다.

또 다른 공무원은“계약부서의 구매가 고유권한이라고 하는데 물품 때문에 공사가 잘못되거나 차질이 생기면 누가 책임을 지느냐”며“사업 부서를 무시한 잘못된 물품조달로 문제가 생기면 고유권한이 아닌 권한남용에 따른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쓴 소리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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