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FPBBNews

백악관 예산관리국(OMB)이 해외 원조금 사용처를 검토한다는 명분하에 이 자금의 지출을 동결했다. 번번이 민주당의 벽에 막혀 이 부문 예산 삭감에 좌절한 트럼프 행정부가 의회를 우회해 이 자금의 동결과 더 나아가 삭감까지 시도하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7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들에 따르면, 예산관리국은 지난 3일 미 국무부와 국제개발처(USAID)에 서한을 보내 지출 목적이 정해지지 않은 모든 비의무(unobligated) 원조 자금에 대해 어떤 계좌에 얼마가 남았으며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 보고하라고 통고했다. 보고 전까지 남은 기금 20억~40억 달러의 사용은 동결된다. 

이들 자금 대부분은 의회의 승인을 받은 것으로, 2018/19 회계연도 종료일인 9월30일까지 써야 한다.

또 서한은 개발원조, 세계보건, 국제기구 기여금, 국제 마약통제, 평화유지활동 등 동결이 적용될 10개 분야도 명시했다. 예산관리국은 추후 기관들의 답변 여부에 따라 이들 원조기금을 철회할 수 있다. 

현재 의회는 휴회중이지만 이 사실이 알려지자 민주당은 즉각 반발했다. 엘리엇 엥겔 뉴욕 민주당 하원의원 겸 하원 외교위원장은 이날 성명을 통해 "이 정부의 의회 경멸은 놀랍다"면서 "의회가 우리가 얼마나 많은 돈을 해외원조에 쓰는지 결정할 때 이것은 제안이 아니다. 이는 헌법이 뒷받침하는 법이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 원조 자금이 연방 예산의 0.1%도 되지 않는 규모임에도 정부가 이같은 조치를 취한 것이 놀랍다고 밝혔다. 

비영리 기구인 미 글로벌 리더십 연합의 리즈 슈레이어 대표는 "예산관리국은 전체 연방 예산의 가장 작은 부분 중 하나에 대형 망치를 휘두르고 있다"면서 "이것이 미국의 안보와 경제적 이익을 크게 해치고 의회 권한을 좌절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예산관리국 측은 "연방 기관은 의회가 제공한 돈을 적절하게 사용할 책임이 있다"고 반박했다.

국제개발처 관계자들은 "그들(정부)이 돈을 회수하려 할 것이 분명하다"면서 예산관리국이 작년에 비슷한 시도를 했지만 의회는 이 조치를 거부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자체 작성한 모든 예산안들에서 외국 원조에 대한 과감한 감축을 제안했지만, 의회는 매번 그러한 조치를 거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팔레스타인 난민과 중앙아메리카 3개국에 대한 지원을 삭감하는 등 대외원조를 전반적으로 비판해 왔다. 

일부 관계자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이번 조치가 절묘하게 타이밍을 맞춘 '꼼수'라고 비판한다. 의회 휴회중에, 회계연도 만료가 임박한 시점에 나온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조치를 다시 의회가 막으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예산관리국은 불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사업의 예산을 철회해 재무부로 되돌려 보낼 수 있다. 재무부는 이를 의회로 보내고 의회는 45일간 이 예산 철회 승인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문제는 의회가 9월9일까지 휴회라는 점이다. 의회가 예산철회를 승인하지 않더라도 관련 기관이 그 자금 사용처를 지정할 시간은 9월말까지라는 짧은 시간밖에 남지 않는다. 

지난해에도 백악관 예산관리국은 비슷한 조치를 취했다. 회계연도 만료 6주전, 의회가 휴회일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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