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16일(현지시간) 미국 정부가 한국과 합동군사훈련을 계획함으로써 협상의 '정신'을 어겼다고 비난하며, 미국에 대한 비핵화 공언을 어기겠다고 위협했다.

CNN에 따르면 북한 외무성은 성명을 통해 이번 군사훈련은 '전쟁에 대한 보복'이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8년 6월 싱가포르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만났을 때 한 공언을 어긴 것이라고 주장했다.

성명은 "미국이 일방적으로 약속을 어기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는 미국과 맺은 공언들을 이행해야 하는 우리의 정당성을 점차 잃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서 "실제 훈련이자 대규모 증원군의 기습과 신속한 파견으로 우리 공화국을 군사적으로 점령하기 위한 전쟁 리허설인 것은 확실하다"며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은 전 세계의 눈 아래 싱가포르에서 열린 북미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다짐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북한은 "핵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중단과 미국의 합동군사훈련 중단은 양국 관계 개선을 위한 모든 의도와 목표"라며 "그것들은 종이에 적힌 법적 문서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북한은 지난 5월 '장거리 다연장로켓과 전술유도무기'를 시험했다고 밝혔지만, 2017년 이후 핵실험은 하지 않고 있다.

미 국방부는 이날 한미 연합훈련을 확정하고 올 가을에 실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 국방부 대변인인 데이브 이스트번 중령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국과 미군은 올 가을 연합훈련 프로그램을 실시할 준비를 하고 있다"며 "이 훈련 프로그램은 한국과 협력하여 준비태세를 유지하고 외교적 노력을 지원하기 위해 조정됐다"고 말했다.

이스트번 중령은 "이번의 일상적인 연합훈련은 합동 준비태세를 강화하는 활동을 통해 한미 동맹과 한반도 방위에 대한 미국의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과 한국은 정기적으로 합동군사훈련을 실시하지만, 북한과의 긴장을 완화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최근에는 여러 훈련을 중단하거나 축소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에 첫 발을 내디딘 지 불과 몇 주 만에 나온 이날 북한 측의 경고는 김 위원장과 협상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최근 시도를 좌절시킬 우려가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반도 비핵화를 자신의 외교정책의 핵심 목표로 삼았지만, 최근 몇 달 동안 이러한 노력은 교착상태에 빠졌다. 지난 2월에 김 위원장과 두 번째 정상회담을 마치고 나오면서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그는 지난달 두 사람이 회담을 재개하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의 합의에 대한 도달이 '급하지 않다'고 말해왔지만, 김 위원장은 지난 4월 정책연설을 통해 "연말까지 핵회담에서 미국에 더 많은 유연성을 보여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북한이 협상을 하고 싶어 하며 우리도 협상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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