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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국제뉴스) 민경찬 기자 = 일본 오사카 G20 정상회의가 끝나자마자 전 세계의 관심은 한반도에 쏠렸다. 지난달 3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방한 기간 중 비무장지대(DMZ) 판문점에서 전격적으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만나 53분 동안 각본 없는 회담을 했다. 빈손으로 끝난 지난 2월 하노이 회담 이후 교착상태에 빠진 북·미 관계가 돌파구를 찾고 있는 가운데 북한 비핵화 해법에 한국과 국제사회가 비상한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마치자마자 DMZ로 날아가 북한 김 위원장을 만나 서로의 우정과 신뢰를 확인하면서 비핵화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판문점 회담 전 군사분계선(MDL) 앞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 가볍게 인사를 나눈 뒤 잠시 북한 땅을 밟기도 했다. 이 장면은 역사적 사건이자 한반도 평화 구축의 과정에 긍정적 의미를 부여 할 수 있겠다.

지금까지 공개된 회담 내용은 트럼프 대통령이 판문점 회담 직후 취재진에게 "회담은 아주 유익했고, 북·미는 각각 대표를 지정해 포괄적 협상을 하는데 합의했다"며 "지난해 6월 싱가포르 1차 북·미 정상회담과 지난 2월 결렬된 하노이에서 개최된 제2차 북·미 정상회담 후 중단된 대화 재개를 위해 북·미가 2-3주 내에 실무팀을 꾸려 협상에 들어가기로 했다"는 것이다. 북한의 노동신문과 조선중앙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2-3주 안에 실무협상 재개와 한반도의 긴장 상태를 완화하며 북·미 두 나라 사이의 불미스러운 관계를 끝내고 대화에 걸림돌로 되는 서로의 우려 사항과 관심사적인 문제들에 대해 북·미 정상은 전적인 이해와 공감을 같이했다"라고 전하고 있다.

판문점 회담의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알 수가 없다. 하지만 예상 할 수 있는 중요한 것은 미국이 지금까지 요구해왔던 북한 비핵화에 대한 해법으로 빅딜(Big Deal), 즉 일괄, 포괄적 해결방안과 북한이 처음부터 시종일관 요구해왔던 단계적, 동시적 해법이 상충되어 왔는데 이번 판문점 북·미 정상회담에서 누가 얼마만큼 양보했고, 북한 비핵화 해법이 큰 틀에서 어떻게 조율되었는지가 상당히 궁금하다. 기존 입장을 선회한 쪽이 트럼프 대통령일까? 김정은 위원장일까? 미국의 입장 선회 가능성이 몇 군데서 감지된다; 첫째, 미국측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협상 전에 언급한 '점진적, 동시적 해법'이 북한이 요구하는 '단계적, 동시적 해법'과 글씨만 다르지 의미는 일맥상통한다는 것에 해답을 추측해 볼 수 있다. 둘째, 판문점 정상회담에 초강경파로 분류되는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보좌관이 빠졌다는 것이다. 이는 북핵 해결에 있어서 빅딜 해법을 고수하는 볼턴이 향후 북미 실무회담에서 배제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시사한다. 다시 말해 미국의 빅딜 전략에 변화가 예상되는 대목이다. 마지막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이다 "제재는 유지하면서 북한과 포괄적 협상을 하다가 적절한 시점에 제재완화의 가능성을 언급했다는 점이다". 협상의 기술은 시간과의 싸움이다. 지금까지 트럼프 대통령은 "시간은 내 편이다, 협상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라고 여러 번 언급했지만 사실 이번 회담에서 협상 카드를 먼저 보인 측은 트럼프 대통령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6월에 미국 대통령 재선 도전을 공식 선언했다. 이제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우리 국민 다수가 원하는 북한의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FFVD)는 당분간 머릿속에만 남아 있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을 판문점 회담 테이블로 나오게 한 것은 성공적이다. 하지만 북한 비핵화 게임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북한은 미국으로부터 새로운 계산서를 요구할 것이고,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비핵화 문제를 그의 재선 시간표에 맞춰 빅 이벤트로 이끌어 나갈 것이다.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태도와 원칙은 하나도 바뀐 것이 없다. 단계적, 동시적 해법으로 미국이 연말까지 셈법을 바꿔서 가져와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한마디로 김 위원장은 자력갱생으로 끝까지 버티기 작전으로 움직이고 있다. 이에 재선을 앞둔트럼프 대통령의 입지는 좁아질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트럼프 대통령은 셈법을 일부 바꿔서라도 빠른 시간에 실무회담을 거쳐 차기 북·미 정상회담의 빅 이벤트를 원하고 있을 것이다. 어제부터 미국의 주류 언론매체인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의 핵 동결과 현상 유지 차원에서의 실질적 해법이 필요하다고 군불을 지피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이제 트럼프 대통령의 모든 국내외 이슈와 관심사는 모두 그의 재선과 연결된다. 모든 것이 재선으로 가는 징검다리와 가용 자원일 뿐이다. 대한민국이 원하는 북한의 비핵화 문제 해결 방안이 방향을 잃을까 걱정스럽다. (출처=차윤호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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