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AFPBBNews

내년 중반까지 현재의 금리 수준을 유지하겠다고 밝힌 유럽중앙은행(ECB)에서도 최근 다른 나라 중앙은행들의 금리인하 바람을 타고 '인하론'이 솔솔 나오고 있다.

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소식통들을 인용해 ECB 정책 입안가들이 올해 남은 기간 경제 성장이 약화되고 유로화 강세가 이미 세계 무역전쟁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유럽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경우 정책금리를 다시 인하할 용의가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 6일 정책회의를 통해 ECB는 2020년 중반까지 금리를 현행대로 유지할 것이라고 성명을 통해 밝혔다. 이는 올 연말까지 금리를 유지하겠다고 한 데서 6개월이나 더 늘어난 것이다. 하지만 그 후 이어진 기자회견에서 마리오 드라기 총재는 다른 목소리를 냈다. 인플레이션을 자극하기 위해 금리인하나 신규 채권 매입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다고 말한 것.

상반된 메시지에 혼란이 야기되며 이날 유로/달러 환율은 2개월반만의 최고치인 1.1347달러까지 상승(유로화 강세)했다. 하지만 ECB와 밀접한 소식통들은 올 1분기에 0.4%의 성장세를 보였던 유럽 경제가 다시 침체될 경우 금리인하가 확실시된다고 말했다.

ECB의 기준금리는 현재 '제로'(0)이고 일반은행이 중앙은행에 자금을 예치할 때 받는 예치금리는 마이너스(-)0.4%다.

소식통은 유로/달러가 1.15달러 수준일 때는 그래도 용인될 수 있지만 1.20달러까지 오르면 ECB에겐 심각하게 받아들여질 것이라고 말했다. 

ECB는 공식적으로 환율 방어가 목표라고 하지는 않지만 드라기 총재는 그간 환율이 금융 여건의 중요한 결정 요인이라고 오랫동안 강조해왔으며, 6일 기자회견에서도 유로화 강세에 대해 언급했다.

하지만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예치금리를 내리게 되면 취약한 유로존 은행을 더 어렵게 만들 것이라며 금리인하 가능성을 낮게 보았다. 대출해주고 남은 금액을 예치했을 때 돈을 받는 게 아니라 더 물어줘야 할 판이라 은행 부실을 키울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종료하고 현재는 만기가 돌아오는 채권만 재투자하는 양적완화(QE)를 다시 시작하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이 역시 현재 눈덩이처럼 불어나 있는 ECB의 채권 보유 물량에 더 부담을 주게 된다.

이 때문에 WSJ는 '실탄'이 부족한 ECB는 금리인하나 채권 매입이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면서 드라기 총재의 발언은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한 발언에 불과하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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