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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결국 우물안 퍼포먼스로 끝난 포항지진 특별법 청원!
정승화 기자  |  hongikin2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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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5.18  12:5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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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항지진 당시 흥해지역 모습

(포항=국제뉴스)정승화 기자=한달전 포항을 들썩이게 했던 소위 ‘포항지진 특별법 청원’에 대한 청와대의 답변이 나왔다. ‘국회차원에서 논의해서 법을 제정하면 정부도 적극 협력하겠다’는 아주 간단한 답변이다.

예상은 했지만 이 답변을 듣기위해 포항시는 지역 여야정치인은 물론 각 사회단체, 관변단체 등 동원할 수 있는 인력은 총동원해 대규모 청원촉구 집회를 여는가하면 청원답변 동의자수인 20만명을 넘기기위해 사활을 걸 정도로 공무원들은 물론 전방위적으로 청원참여를 독려하는 홍보운동을 펼쳤다.

포항시의 이같은 눈물겨운 노력(?) 끝에 청원자수는 어렵게 21만여명을 넘어 청원의 요건을 갖추었지만 한달뒤 나온 청와대 답변은 ‘법을 제정하면 협조하겠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돌아온 것이다.

포항시도 이같은 청와대의 답변에 머쓱했던지 17일 입장을 발표했다. ‘청와대측이 한달이내 답변해 준데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생각하지만 시민의 기대에 미치지 못해 아쉽다’며 ‘정부와 국회가 협력해 특별법을 조속히 제정해 줄 것을 요청한다’는 간단한 입장문이다.

청와대의 ‘협조하겠다’는 답변을 들으려고 그렇게 온 나라가 떠들썩하게 지진청원운동을 펼쳤는지 참으로 한심한 일이 아닐 수 없다는 게 시민들의 중론이다.

가뜩이나 지진피해로 고통받고 있는 시민들의 후유증이 심화되고 있고, 직접적인 피해를 입지 않아도 간접적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포항사회에 이번 지진 특별법 청원운동은 오히려 힘든 시민들을 더 지치게 만들었다는 따가운 여론이 빗발치고 있다.

행정은 절차가 우선시돼야 한다. 이미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등 주요정당에서 특별법안을 국회에 발의놓은 상태에서 법이 통과되면 정부차원의 지원안이 후속대책으로 이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도 굳이 포항시민들을 동원, 법적 효력이 없는 청원운동을 펼친 결과가 고작 ‘국회에서 법을 제정하면 정부에서도 협력하겠다’는 원론적 답변으로 귀결된 상황을 보면 그저 한숨만 나올 뿐이다.

물론 국가사업인 지열발전소로 인해 지진이 발생했기 때문에 포항시민들의 절실한 목소리를 전달한다는 차원에서는 청원운동이 나름 의미가 있었다고 치자.

   
▲ 포항지진 특별법 청원 범시민 궐기대회 모습

그러나 그 결과가 이렇게 허망하게 나올 것을 뻔히 알면서도 집단행동으로 청원운동을 강행했다면 그 저의를 의심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지진만큼이나 포항을 들썩이게 했던 특별법 청원운동은 결국 몇몇 인사가 지도부로 구성된 소위 ‘범시민지진대책기구’를 탄생시켰고, 포항시장과 시의회의장이 군중앞에서 삭발하는 행동을 낳았다.

지진피해보상을 대행해준다는 2개의 지진대책기구는 저마다 소송비용이 다르고, 향후 보상비용에 대해서도 제각각이다. 시민들은 혹시나 소송에 참여하지 않으면 보상을 받을 수 없을까 싶어 지인들이 권유하는 단체를 통해 소송비용을 임의대로 내는가 하면, 그래도 미심쩍어 진짜 돈을 받을 수 있는지를 묻는 풍경이 지금 포항사회의 주요 화두다.

지역의 변호사들도 공동변호인단을 구성해 모처럼의 호기를 놓치지 않기위해 앞다퉈 지진보상을 대행하겠다며 기자회견을 자처하는 등 모든 이들이 지진보상 블랙홀로 빠져들고 있는 것이 지금 포항의 현실이다.

정치인들도 마찬가지이다. 지진특별법과 관련 여야 지역 정치인들의 생색내기(?) 현수막이 포항시내 주요거리는 물론 농어촌지역 담장에도 붙어있다. 한달이 지난 지금까지도 불법현수막은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총선이 불과 1년여 남은 시점에서 이들 정치인들의 현수막은 지진에 대한 자신의 노력으로 비치기 보다는 시민들을 향해 한표를 호소하는 정치적 경구로밖에 비치지 않는다는 것이 지역민들의 따가운 눈길이다.

   
▲ 포항지열발전소 모습

모든일은 순서가 있게 마련이다. 행정도 절차가 있고, 보상도 법리에 맞게 진행돼야 하는 것이다. 이미 국회에서 여야정당이 지진관련 특별법안을 발의해 놓은 상태에서 무슨 날벼락같이 청원운동을 펼쳐 청와대로부터 단 한줄의 답변만을 듣는 망신을 얻는다 말인가.

결국 애궂은 시민들만 지진에 흔들리고, 보상현혹에 흔들려 ‘바람앞에 갈대’로 전락하고 말았다. 지금부터라도 유례없는 지진이 발생할 수밖에 없었던 명확한 원인이 무엇인지, 관계기관에서는 어떤 잘못이 있었는지 명확한 원인규명을 조목조목 따져보자. 이것이 행정이 할 일이 아닌가.

포항이 지열에너지의 최적지로 지목돼 지열발전소를 건립했다고 쳐도 그동안 60여차례 이상 미소지진이 있었다면 가동을 멈췄어야 하는 것이다. 행정에서는 당연히 관리감독 권한이 있으므로 이를 철저히 감시했어야 하고.

그런데도 굳이 지진이 발생했다면 그 절차적 원인에 대해서도 면밀히 분석해야 한다. 지진피해보상 역시 마찬가지이다. 행정이 엄연한 법적, 행정적 절차를 통해 대정부차원의 보상을 받아내야지 군중을 동원한 집단시위나 퍼포먼스를 한다면 이는 시정잡배나 다름없는 행동으로 치부될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20여년이 넘는 지방자치가 결국 ‘빛좋은 개살구’ 마냥 스스로 자정능력이 없이 중앙정부에 종속되는 형국으로 전락한다면 지역의 리더들을 믿고 따르는 민초들의 운명은 어디로 갈 것인가.

정승화 기자 | 2019-05-18 12:5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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