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소득 지급비용…국토보유세 도입, 비효율적 복지제도 정비 통해 재원 확보

(수원=국제뉴스) 김만구 기자 = 올해 정부예산 470조5천억원 중 보건복지노동예산은 162조 원이다. 지방정부 복지예산까지 합치면 약 180조~200조원이 된다. 생계급여 등 기존 사회보장제도를 정비해야한다는 가정하에서 산술적으로 5천만 명에게 월 30만~40만 원씩 1년 동안 나눠 줄 수 있는 금액이다.

한국 경제 상황하에 1인당 30만 원의 기본소득이 적절하다는 일부 경제학자의 주장과 비슷한 수준이다. 4인 가구 기준 월 120만원으로 올해 4인 가구 생계급여액 138만원에 조금 못 미치는 금액이다.

기본소득 도입을 위해선 재원확보와 기존 사회보장제도의 점진적인 조정이 필수적이다. 경제 기초체력이 튼튼하고 사회적 합의가 우선돼야 하는 이유다. 선진국에서는 최근 탄소세, 로봇세, 데이터세 등을 통한 재원확보 방안이 논의되고 있고, 국내에서는 이재명 경기지사가 화두로 던진 국토보유세 논쟁이 한창이다.

 

▷빅데이터는 공동소유…데이터 활용 수익 배당 필요 = 데이터는 누구의 소유일까. 토지 소유자는 자연적 소유권을 갖고, 토지를 개간한 사람은 인공적 소유권을 갖는다. 마찬가지로 빅데이터 소유권도 채굴 가공한 사람과 데이터를 제공한 사람으로 구분된다. 사회구성원 모두는 빅데이터 공동소유권에 입각해 일종의 공유지분권을 가지고 있고 이익 일부를 배당받아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예컨대 개인의 진료기록은 개인 소유도 의사 소유도 아니다. 의료 빅테이터는 병원이나 제약회사 등에 의해 상업적으로 활용돼 수익을 내기 때문에 이를 제공한 개인도 배당을 받아야 한다는 논리다.

2016년 스페인 바르셀로나 시정부의 BITS(Barcelona Initiative for Technological Sovereignty)가 발표한 디지털 아젠다도 유사한 개념이다. 빅테이터가 사적 서비스 제공자나 플랫폼 기업의 소유가 되지 않도록 하며, 공적모델화해 무조건적으로 기본소득을 도입해야한다는 내용이다. 데이터세나 데이터기금을 만들어 배당(기본소득)한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데이터 경제에서는 대다수가 데이터를 생산하자마자 소유권을 넘겨주는 무산계급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데이터에 대한 개별적 소유권은 부정하는 것이 합리적이고 소유권논의의 중심을 빅데이터에 대한 공동 소유로 옮겨가야한다는 것이다.

금민 정치경제연구소 대안 소장은 "플랫폼 기업의 가치창출의 원천인 빅데이터 소유권은 모든 사회구성원이 공유지분권을 설정해야한다"고 했다. 일부 경제전문가들도 인류가 축적해온 경험과 지식에 기반을 둔 사회적 자본 일반에 대해 환경세, 토지세, 데이터세 등을 통해 배당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국토보유세 신설…국민 95% 혜택= 토지 자유연구소의 국토보유세 실행방안에 따르면 국토보유세 신설시 시뮬레이션 결과 전체 가구의 95%가 수혜를 입었다.

국토보유세를 도입한다는 가정하에 4인 가족 기준, 1인당 연 30만원의 기본소득 지급을 가정했을 때 부동산가격 5천 만원~9억 원 사이는 최소 11만9천원~118만원의 수익이 발생했다. 10억 이상 부동산 소유자의 경우 36만원~ 수 천만원의 손실이 났다. 국내 부동산 중 개인은 상위 5%가 면적기준 61.3%, 법인은 상위 5%가 90% 보유하고 있는 만큼 상위 5%가 세금을 더 내고 95%는 낸 세금보다 더 돌려받는 구조여서다. 남기업 토지 자유연구소장은 "토지배당(기본소득) 지급으로 전체 가구의 95%가 순수혜를 입는다"면서 "과세 대상자의 절대 다수가 지지하는 구조여서 이는 소수의 부담자들의 조세저항에 대한 강력한 방파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보유세 도입에 의한 세수 순증가분은 약 15.5조원으로 추정된다. 2016년 기준 재산세액(10.2조원)의 1.52배 수준이다. 국토보유세 도입시 한국의 보유세 실효세율은 OECD평균(0.33%) 및 권고치(GDP의 2%)에 근접한다.

이선화 국회미래연구원 연구위원의 보유세 분석자료(2018년)에 따르면 한국의 부동산 보유세 실효세율(2015년)은 0.16%로, 미국(0.71%)의 1/4에 불과하다. 2015년 기준 OECD 주요국의 보유세 실효세율은 호주(0.31%), 캐나다(0.87%), 일본(0.57%), 영국(0.78%), 이탈리아(0.62%), 미국(0.71%) 등으로 한국(0.16%)을 제외한 15개국의 평균은 0.39%다.

남 소장은 "모든 종류의 지대에 높은 세금을 매기면 불평등을 완화할 뿐 아니라, 경제와 민주주의를 왜곡시키는 지대 추구 행위에 가담하려는 유인을 줄인다"고 했다.

OECD도 2011년 소득과세보다는 부동산 보유세 등 재산과세를 늘리는 방향으로 조세구조를 개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권고한 바 있다.

박상수 한국지방세연구원 과표연구센터장은 "부동산 보유세는 소득과세, 소비과세 등에 비해 노동 공급, 투자 등 경제활동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적고, 부동산 소유자가 세금을 부담해 재원조달수단으로 적절하다"고 했다.

 

▷복지 선별비용 줄여 기본소득 재원 마련 = 지난해 아동수당 도입시 상위 10%를 제외하는 것에 대한 논쟁에 불이 붙었다. 상위 10%를 가려내는데 공무원 인건비 등선별비용만 1600억원이 드는 것으로 조사돼서다. 결국 정부는 2조 1627억원의 예산을 세워 전체 가정에 아동수당을 지급하기로 했다.

이처럼 노인수당, 아동수당, 보육료, 기초생활수급자, 장애인 보조금 등 수 백건의 복지 대상자 선별에는 천문학적인 비용이 든다. 올해 정부예산 470조5천억원 중 보건복지노동예산만 162조 원으로 수 천억원에서 많게는 조 단위의 선별비용이 들 것으로 추정된다.

영국의 경우 선별비용 등을 줄이기위해 말콤 토리(Malcolm Torry) 시민소득트러스트 대표가 조세중립적인 시민배당(citizen's income) 모델을 제시한 바 있다. 조세 규모를 늘리지 않고 기존의 조세 및 복지 제도를 조정해 시민배당을 지급하는 모델이다. 이 모델에 따르면 정부는 어린이와 청년은 주당 56.80파운드, 성인은 71.70 파운드, 노인은 145.40 파운드의 기본소득을 지급할 수 있었다.

조계원 경기도 정책보좌관은 "사회적 합의를 통해 복지제도를 점진적으로 정비하면서 줄인 비용을 기본소득에 편입시키면, 기본소득을 점진적으로 확대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경제 펀터멘털이 관건…복지 확대시 국가경제위기 가능성 극복이 과제 = OECD 36개국중 경제성장률 순위 18위, 장바구니 물가 상승, 소득 5분위 배율 5.47로 통계작 성이후 최대치(양극화 심화), 60대 이상 취업자 30만명 증가, 30~40대는 2개월 연속 20만명대 감소, 청년 체감 실업률 25.1%, 국가 채무 비율 2016년부터 3년 연속 38.2%에서 올해 39.5%로 상승. 올해 1분기 한국의 경제 성적표다. 일자리 감소, 수출 둔화 추세에 접어들었다. 경기가 하향 추세를 보이고 있다는 경고음은 곳곳에서 울린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중순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2.6%에서 2.5%로 내렸고, 국내 주요 연구기관들도 성장률 전망을 낮췄다. LG경제연구원은 올해 우리 경제성장률을 2.3%로 전망했다. 연구원 측은 세계 경기 둔화 영향이 우리 주요 수출 품목인 반도체 경기를 통해 국내에 더 증폭돼 나타났다고 진단했다. 수출이 주춤하고 설비투자도 큰 폭으로 줄며 올해부터 국내 사망자 수가 출생아 수를 앞지르면서 소비층도 얇아지고 내수도 부진할 걸로 내다봤다.

한국은 이미 2012년 포르투갈·이탈리아·그리스·스페인(PIGS) 등의 금융위기를 목도했다. 경제강국'으로 불린 아르헨티나가 국가 파산 위기에 몰리면서 수차례 IMF 구제금융을 받은 것은 '포퓰리즘 후유증'이었고 최근 베네수엘라도 비슷한 이유로 위기를 겪고 있다.

국제금융협회(IIF)는 "잘못된 정책 결정, 부실한 경제 관리, 정치적 혼란"이 이런 결과를 가져왔다"고 지적했다.

한국은 이미 이 국가들을 통해 간접적인 학습효과를 경험했고, 일부층도 지나친 복지 확대를 경계하고 있다.

경기연구원 유영성 상생경제연구실장은 "비효율적인 기존 사회보장제도를 정비하지 않고 무조건 복지사업을 늘리는 것은 경제위기를 부추길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경기도형 청년기본소득는 기존 성장과 분배 차원의 접근법이 아닌 복지와 지역경제를 연동시킨 모델이어서 표퓰리즘 방식이라고 섣부르게 예단해서는 안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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