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국제뉴스) 허일현 기자 = 요즘 '포스콤 사태'로 경기 고양시가 시끌벅적하다. '사태'라고 부르니 엄청나게 큰일처럼 보일까 싶지만 '사태'의 사전적 뜻은 '일이 되어 가는 형편이나 상황, 또는 벌어진 일의 상태'라고 하니 그런 의미정도로 해석하면 될 것이다.

휴대용 엑스레이 의료기기 제조업체인 포스콤이 한국토지주택공사에서 시행한 행신택지개발지구내의 도시형공장 부지를 매입했다. 그러나 공장을 짓고 운영하기까지는 인근 주민들의 반대로 7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

그것은 서정초교라는 학교와 바로 맞붙은 곳에 8층높이의 공장을 짓는다하니 일조권, 조망권 침해라면서 학부모들이 마땅하게 생각할 리가 없다.

또 거기에다가 방사선 발생장치 제조업체라고 하니 더 더욱 반발할 수밖에 없는 상태가 됐다.

우여곡절 끝에 시와 포스콤, 학부모, 정재호 국회의원이 합의를 이뤄 가까스로 문제가 봉합됐다.

이때 학부모 등이 내세운 가장 큰 목표는 '건물 내 방사선 시설 미 입주' 즉 '방사선차폐시설을 입주시키지 않는다'였다. 그래서 합의서에 이 조항을 가장 우선적으로 넣고 공증까지 마쳤다.

하지만 포스콤이 협약을 어기고 10개의 방사선차폐시설을 설치하면서 최근 문제가 불거졌다.

당연히 학부모들이나 인근 주민들은 즉각 반발하고 공장등록 취소를 시에 요구했다. 시는 행정지도를 2차례하고 원자력안전위원회 특별안전점검을 요청했다.

또 포스콤이 합의를 어겼지만 원만한 해결을 위해 학부모측과 소통을 하도록 노력도 했다. 시는 포스콤이 학부모측을 설득해 해결된다면 취소까지는 않으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학부모측은 방사선차폐시설을 없앨 것을 요구하고 포스콤은 이 시설이 없이는 공장을 운영할 수 없다고 맞서면서 대화는 되지 않고 갈등만 고조됐다.

사정이 이러자 시는 협약을 어긴 포스콤의 공장등록을 취소하기로 결정하고 절차에 들어갔다.

그러자 포스콤은 시에 '방사선 차폐시설'은 반드시 필요한 시설로 안전에도 문제가 없고 합의는 당시 강압적인 분위기에서 맺은 만큼 '법적효력'이 없다면서 취소는 부당하다고 강변했다.(국제뉴스4월23일자보도)

이 같은 논란을 보면서 기자는 포스콤이 안일하게 생각해 두 가지의 잘못된 판단을 하지 않았나 싶다.

첫 번째는 방사선차폐시설이 꼭 필요한 시설이었다면 처음 학부모와 갈등이 일 때 시간이 걸리더라도 설득해야했고 그래도 안 되면 차라리 '법대로' 했어야 했다.

포스콤의 주장처럼 공장시설이 안전성 보장과 법이 허용된다면 설치를 하지 않을 것처럼 하지 말고 끝까지 정정당당하게 나섰다면 이 같은 분란이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두 번째는 포스콤이 공장등록 이후 20여일 만에 모르게 방사선차폐시설을 설치한 것이다. 이 때문에 시와 주민을 속이고 기만했다는 비판 속에 포스콤의 주장이 더욱 명분을 잃었다.

기자의 판단으로는 포스콤이 애초부터 시설 설치를 염두에 두면서도 합의했을 것이다.

이는 일단 공장등록하고 나면 이후 시설이 설치된다 해도 어쩌지 못할 것으로 판단하고 시간을 벌겠다는 욕심 때문에 불합리하다고 판단하면서도 합의를 했지 않나 싶다.

어쨌든 합의를 어길 수밖에 없었다면 아예 이에 응하지 않는 것이 옳았다. 또, 급한 불을 끄기 위해 전략적으로 합의를 했으면 이후에라도 주민들에게 알리고 더욱 적극적으로 설득을 했어야 됐다.

공장을 지어놓고 가동도 못하는 처지를 알리고 주민들의 이해를 구하려는 노력이 필요했다는 말이다.

세상에 비밀이 없다는데 꽁꽁 숨길 수 있는 시설도 아니고 드러나는 것은 시간문제인데 몰래 설치해 합의를 무시한 처사를 했으니 명분도 실리도 잃는 곤궁한 처지가 된 것이다.

'법대로' 이전에 대화로 푸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일 것이다. 그러나 세상만천하에 드러났고 주민들과 대화가 단절된 채 감정다툼으로 치달아 이제는 그야말로 '법대로'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시의 주장대로 공장등록취소를 하지 않는다면 관련 공직자들은 주민들로부터 '직무유기'로 고발당할 처지에 있으니 절차를 밟지 않을 도리가 없다.

포스콤이 휴대용 엑스레이 분야 세계1위의 강소기업이라 하더라도 또, 설사 고양시에 기여하는 것이 많다고 해도 이를 피해갈 수는 없다.

삼성이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기업이라도 문제가 있으면 고발도 당하고 법적으로 해결하는 것처럼 포스콤도 마찬가지다.

어쨌든 이번 사태와 관련해서 시는 선택의 여지없이 법대로 할 수밖에 없는데 포스콤이 시를 원망하고 취소절차 중지를 요구하면 이치에 맞지 않는 일이다.

포스콤의 주장대로 합의 당시 강압적인 분위기에서 맺은 협약으로 '부관무효소송'을 제기했으니 이 또한 판결이 나올 때까지 지켜보면 된다.

이렇듯이 이제 법대로 해결할 수밖에 없는 일인데 이런 문제로 주민이나 포스콤이 상반된 주장으로 집회를 갖고 더 이상 갈등하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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