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병학 칼럼니스트

삼월의 봄, 사월의 봄, 봄은 겨울을 버티어낸 사람과 동물, 식물에겐 따스한 온기와 더불어 세포와 줄기에 신선함을 피어나게 한다. 따스한 봄바람은 살아있는 모두에게 설렘의 기쁨을 마냥 지피며 아지랑이 틈새 사이로 싹트는 희망을 선사한다.

그중 가장 반가운건 얼음알갱이 사이로 비집고 파란 싹을 들어내는 봄나물이다. 밭둑, 논둑을 넘나드는 짜릿한 봄바람에 흔들리며 피어나는 봄싹은 사람들이 무척이나 좋아하며 찾아내는데 익숙한 먹거리이지만, 초식동물 또한 겨우내 거칠어진 입맛을 돋우어 내는 맛은 그 무엇과도 버금가지 않는다.

양지바른 쪽에 뾰족이 솟아나는 긴 뿌리의 냉이와 달래는 봄의 전령이다. 흙속은 아직은 찬 기운이 서려있지만 용케도 봄 냄새를 염탐하여 다른 봄풀보다 앞서 선보이는 냉이와 달래는 입맛을 북돋우며 불규칙성이 매달린 인체에 영양을 보급하는 보약 같은 존재다.

이른 봄에 얼어붙은 땅을 열어젖히며 선을 뵈는 냉이는 보약의 다른 말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풍부한 영양소를 함유하고 깔끔한 맛과 향기를 품고 있다. 냉이는 비타민, 단백질, 탄수화물, 칼슘, 인, 섬유질, 회분 등의 영양성분을 내포하고 있는데, 단백질, 비타민A, 칼슘이 특히 풍부하게 포함 되어있다. 냉이는 간에 으뜸가는 좋은 음식 중 하나로 인정하고 있는 것은 간에 쌓인 독을 풀어 주고, 간 기능을 정상으로 회복하고 유지하는데 탁월한 역할을 한다고 한다.

술과 기타 기름진 음식으로 인한 지방간 치료에도 효능을 볼 수 있는 봄나물로 인정을 받고 있다, 냉이를 수시로 자주 먹어주면 간뿐 아니라 위나 장의 기능도 훨씬 좋아지며 겨울에 지쳐있는 육체의 원기를 생성시키는 원동력의 식품이다.

상큼한 봄 향기를 듬뿍 담고 있는 달래는 양지바른 곳에 가면 푸른 싹이 유독 돋보이고, 달래특유의 알싸한 향기를 풍기며 무리지어 자라고 있다. 달래는 매운맛을 내는 주요 성분인 알리신이 폭 넓게 분포하여 입맛을 당기게 하며 강장제 역할을 한다. 비타민B를 많이 갖고 있어 비타민B군 결핍이 원인인 병에 대한 저항력이 높고 신진대사를 촉진한다고 한다. 달래를 많이 먹으면 잠이 잘 와 예부터 불면증 치료제로 사용하기도 했다.

냉이와 달래는 열량도 적어 다이어트 식품으로도 훌륭하다. 이른 봄에 밥상에 오르는 냉이국과 달래무침은 유독 밥상을 붐비게 하고 마음을 넉넉하게 한다. 특히 어머니 손맛의 장과 어우러지면 봄나물로 치장된 밥상머리가 그렇게도 부드러울 수 없다. 가족의 웃는 얼굴과 냉이와 달래의 조화로움, 웃음꽃 넘실대는 화목함은 봄날의 나물밥상이 챙겨주는 멋과 맛과 웃음이 번지는 향기다.

냉이와 달래가 이른 봄의 밥상을 차려준다면 봄기운이 완연해 질 즈음이면 쑥, 원추리, 돌나물, 미나리가 입맛을 새롭게 하고 벅차게 느끼도록 유인한다. 오래도록 우리 입맛을 보살피고 책임지며 한국 사람들의 건강과 먹을거리를 해결 할 수 있는 근원으로 자리매김을 하였다.

우리민족은 산이나 들에서 먹을 수 있는 식물을 제대로 찾고 검증하고 건강한 식탁을 풍족하게 하는 남다른 재주를 가지고 있었다. 철마다 다른 나물은 한국인의 입맛, 정서, 문화와 멋진 음식궁합의 퍼포먼스를 이룬다. 봄나물, 산나물의 예찬론을 부르지 못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봄이 이슥해지면 곰취를 비롯한 취나물, 곤드레, 고사리, 두릅이 높은 산 낮은 산 구릉지를 구별하지 않고 산재하고 있어 입맛의 호강은 부러움을 모른다. 향이 다르고 맛의 식감이 다르기에 어느 것 하나 놓칠 수 없는 비중을 가지고 있는 게 나물이다.

조선시대 전원생활을 계절별로 노래한 가사집 “전원 사시가” 중 “봄” 부분에 실린 시 한편에는 향긋한 봄나물의 내음이 담겨 전해진다. 지금과 비교하여도 조선시대의 봄나물, 그리고 우리의 조상들이 즐기던 나물의 모습이 지금과 결코 다르지 않음이 진하게 전해진다.

 

“어젯밤 좋은 비로 산채가 살쪘으니

광주리 옆에 끼고 산중에 들어간다.

주먹 같은 고사리요, 향기로운 곰취로다

빚깔 좋은 고비나물 맛 좋은 어아리다.

도라지 굵은 것과 삽주 순 연한 것을

낱낱이 캐어내고 국 끓이고 나물 무쳐

취 한 쌈 입에 넣고 국 한번 마신다.

입 안의 맑은 향기 삼키기가 아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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