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창경찰서 수사과 수사지원팀장 경위 문남용

▲ 거창경찰서 수사과 수사지원팀장 경위 문남용

'모든 접촉은 흔적을 남긴다.'

프랑스 법과학자 에드몽 로카르(1877∼1966)의 말이다.

'범죄자는 자신도 모르게 단서를 남기고 현장에 있던 어떤 것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과학기술의 발달은 범죄 수사 분야에도 눈부신 발전을 가져왔다.

대표적인 사례가 '디지털 포렌식(Digital Forensics)'이다.

'디지털 포렌식'은 컴퓨터, 스마트폰 등 각종 디지털 데이터 및 통화·접속기록을 수집·분석해서 범죄와 관련된 전자적 증거를 확보하는 수사기법이다.

사이버 범죄 추적·조사 필수 항목으로 삭제된 사진, 동영상, 문서를 복원한다.

CCTV, 컴퓨터, 휴대전화 등에 있던 자료는 지문처럼 남아 있다.

비밀 대화방 접속기록·메시지가 재판 과정에서 '스모킹 건(결정적 증거)'이 되는 경우도 있다.

편리함과 보안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디지털 기기가 독(毒)이 될 수 있음을 명심하자.

필자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에서 전문교육을 받고 과학수사 업무를 담당한 경력이 있다.

2012년 6월, 현장에 있던 머리카락이 단서가 돼 연쇄성폭력 사건을 해결했다.

방치된 차량에서 채취한 지문으로 용의자의 신원을 밝혀내 검거한 사례도 있다.

또 공공기관 홈페이지에 비방 글을 게시한 사람을 추적해 구속하기도 했다.

범행을 부인하는 피의자가 생각지도 못한 증거 앞에서 당황하는 모습을 많이 봤다.

필자는 19년간 수사요원으로 근무하면서 다양한 사건을 경험했다.

마약, 도박, 절도, 음주운전은 습관에 기인하는 경우가 많다.

상습범들은 사람은 고쳐 쓰는 게 아니라는 말처럼 영어(囹圄)의 몸이 될 때마다 후회를 한다.

한 순간의 유혹이나 화를 참지 못해 직장을 잃거나 가족과 헤어지는 아픔을 지켜봤다.

손톱에서 마약 성분을 검출하고 미세증거물에서도 범죄 연관성을 밝혀내는 시대다.

모든 흔적은 현장이나 스마트폰, CCTV 등 디지털기기에 남는다.

범죄자가 되면 수사기관의 압수·수색, 조사과정에서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다.

변호사 비용 등 경제적 손실, 자유박탈, 자존감 하락은 불행을 가져온다.

눈에 덮였던 쓰레기가 드러나면 더 추해 보인다.

부정·부패, 반칙, 특권 등 부당한 이익을 바라지 마라.

훗날 가장 큰 손해로 다가와 발목을 잡게 될 것이다.

애초부터 불필요한 접촉은 하지 않는 게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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