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쪽으로 확 트인 배산임수 명당…'터무료 참선' 체험, 정신‧육체적 고통 털어버려...

(부산=국제뉴스) 김옥빈 기자 = 영남알프스의 한 축인 경남 양산시와 울산 울주군 경계에 있는 해발 700m의 정족산(鼎足山) 오른편 사면 골짜기 기슭에 안긴 '시적사'(施寂寺)는 통도사 부속사 절로 수행도량으로 잘 알려져 있다.

▲ 3층 규모의 각각 50여 평에 달하는 참선방에서 10여 명이 참선하고 있는 모습(석전 주지스님이 참선 수행을 지도하고 있다)/제공=김옥빈 기자

최근 찾은 이곳 '시적사'는 이미 봄이 시작되고 있었다. 이날 따스한 햇볕이 차분히 사찰 안을 비췄고 있었다. 동쪽이 확 트인 배산임수 명당 터를 보고 놀라게 한다.

시적사를 감싸 안은 산은 봄을 맞아 새싹을 터뜨리며 색다른 감흥을 준다. 옛 절터의 흔적을 좇아 역사의 숨결을 느껴 볼 수 있는 답사 산행지로도 제격이다.

시적사는 신라 진평왕때 창건했다고 전해지고 있는 운흥사지에 터를 잡았다. 운흥사는 원효대사가 창건했다고 전해진다. 이후 고려 말 지공대사가 중건했으나 임진왜란 때 소실되자 1614년에 대희선사가 재건했다.

조선시대 운흥사는 불교 경판의 간행으로 유명했는데, 1672년부터 1709년까지 많은 불경 간행이 이뤄졌다. 간행당시의 상황을 알 수 있는 중요한 자료를 제공해 주고있다.

시적사 경내로 들어서면 높은 석축 위에 요새처럼 우뚝 서 있는 시적사 대웅보전 오른편에는 울산시 유형문화재인 운흥사지 부도 2기가 있다. '부도'는 고승들의 사리를 안치한 돌탑이다. 조선조 때의 일반적인 석종형 석조 부도로 연화대좌 위에 종 모양의 탑을 올린 것이 질박하다.

1만여 평에 달하는 시적사의 터에 지어진 보광전, 참선방과 신라시대 유물인 용화보탑, 운흥사지 부도 2기 등 볼거리가 눈에 뛴다.

3층 규모의 각각 50여평에 달하는 참선방에서 10여명이 참선하고 있는 모습. 석전 주지스님이 참선 수행을 지도하고 있다.

원효대사 창건한 옛 절터 흔적 좇아 답사 산행지로도 제격

▲ 시적사 동쪽이 확 트인 배산임수 명당 터를 보고 놀라움을 자아낸다/젝김옥빈 기자

왼편으로 대나무를 병풍처럼 두른 양지 바른 곳에 운흥사지 부도밭이 있다. 운흥사에는 원래 모두 7기의 부도가 있었는데, 이곳 부도밭에 4기, 시적사에 2기가 모셔져 있지만, 나머지 1기의 행방은 묘연하다고 한다. 부도 옆 석조(물통)에는 영조 7년에 조성됐다는 명문이 어지럽게 씌어 있다.

이날 인근 도시인 부산과 울산, 양산에서 10여명이 찾았다. 반갑게 맞아주는 석전 주지 스님과 한동안 담소를 나누며 식사를 마친 이들은 참선방으로 향했다.

참선방은 규모부터 예사롭지 않았다. 3층 규모의 각각 50여평에 달하는 참선방은 안쪽 천장은 가운데가 높고 주변이 낮아 층을 이루고 있다. "조선 초기의 건축수법을 그대로 반영했다"고 석전 주지스님이 설명했다.

2층을 찾은 이들은 석전 주지 스님의 가르침을 받은 뒤 참선에 들었다. 자연환경과 불교문화가 어우러진 사찰에서 수행자의 일상을 체험하며, 마음의 휴식과 전통문화를 경험하는 '템플스테이'와 담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며 다르다.

일주일에 한번 시적사를 찾아 참선을 하고 있는 이들은 참선 후엔 시적사 내에 마련된 차방에 모여 대화를 나누거나, 주위 산길을 걸으며 일주일 동안의 스트레스를 푼다.

또 텃밭 가꾸며 바쁜 도시생활에서 지친 몸과 마음을 치유해 주는 것은 물론, 수확의 기쁨까지 덤으로 챙기고 있다. 이들은 이날 60여평의 텃밭을 가꾸었다. 다음주엔 오이, 고추, 토마토, 상추를 심자고 약속했다.

텃밭 가꾸며 바쁜 도시생활에서 지친 몸과 마음 치유

▲ 울산시 유형문화재인 운흥사지 부도 2기/제공=김옥빈 기자

특히 일정금액을 지불해야하는 일반사찰 '템플스테이'와는 달리 시적사 참선은 무료다. 한마디로 참선 객들이 주인인 셈이다.

석전 스님은 "템플스테이는 짜여진 계획에 따라 수행자의 일상을 체험하는 프로그램이라면 '시적사의 참선'은 '마음을 비우는 참선으로 정신적 풍요를 만들어나가는 체험'이라고 보면 된다"고 했다.

시적사 참선은 2000년 향과 주지스님이 시작했다. 그 후 향과 주지스님이 통도사로 돌아가고, 지난해 석전 스님이 주지로 오면서 시적사 문을 활짝 열었다.

통도사에서 참선방에서 수행해 온 전문가인 석전 주지스님은 "참선의 대중화는 불교에서 출반했다"고 피력했다.

스님은 "최근 기업들이 앞 다퉈 자신들이 설립한 연수원에 명상프로그램들을 도입하고 있고, 참선 수행에 대한 정보와 수련장도 쉽게 접할 수 있게 됐다"면서 "참선 수행은 특정 종교나 종단의 전유물이 될 수 없는 시대가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3개월 전부터 시적사 참선에 참석하고 있다는 이재근(56)씨는 "사업을 하면서 일주일간 찌던 온갖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참선을 통해 털어버리고 있다"면서 "스님의 가르침에서도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지만, 무엇보다 참선을 통해 길러진 집중력은 번잡한 생활 속에서도 마음의 중심을 잃지 않고 본업에 몰두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고 말했다.

석전 주지스님은 그러면서 "스님이든 불자든 자기 모습을 되돌아보면, 누구라도 자기자리로 돌아오게 되어 있다"며 "중생들의 행복이 모든 스님들의 바람이다. 일상에서 못푼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참선을 통해 푸는 것도 하나의 지혜가 될 것"이라며 환하게 웃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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