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읍·고창=국제뉴스) 김병현 기자 = "권한은 무제한, 책임은 눈곱만큼"

제2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가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다. 이달 22~26일부터 선거인 명부 작성을 시작으로, 26~27일 후보자 등록, 28일부터 다음달 12일까지 선거운동 기간이다. 출마자들은 고양이 손도 빌려야 할 처지다.

선거기간이 짧은데다 입후보자 본인만이 선거운동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합장 임기는 4년이다. 일반적으로 3선의 선수 제한이 있다.

하지만 일부 농·축·수협·산림조합은 정관에 따라 임기 제한이 없는 곳도 있다. 비상임 조합장 체제를 갖춘 조합이 이에 해당한다.

지금의 조합장 선거는 2005년부터 선거관리위원회가 위탁을 받아 관리하여 오다가 2015년부터 전국동시 선거가 되었다.

그 이전 선거는 각 조합이 개별적으로 치렀다. 때문에 '불법과 탈법의 완결판'이자 '경운기 선거'라는 주홍글씨가 선거 때마다 씨실과 날실처럼 항상 따라 붙곤 했다. 그만큼 혼탁했다는 말과도 괘를 같이 한다.

조합은 특별법상 공동 목적을 수행하기 위하여 일정한 자격이 있는 사람들이 조직하는 단체이다. 즉 농업협동조합은 농민들이, 수산업협동조합은 수산인들이, 축산업협동조합은 축산인들이, 산림조합은 임업인들이 그들의 경제적·사회적 지위를 향상 시킬 목적으로 결성하였다.

물론 농협의 경우 1961년 협동조합과 농협은행을 통합하는 기형적 형태를 취하기는 하였지만, 이번 3·13 동시 선거를 치루는 조합은 이러한 공동의 목적을 가진다. 때문에 조합은 조합장 개인의 영단과 사리사욕과는 거리가 멀어야 한다.

다시 말해 오직 조합원을 위해서만 조합이 존재하여야 한다는 뜻이다. 허나 지금의 조합은 어떤가, 일부 조합이기는 하지만 그들은 영구 집권을 위해 정관도 서슴지 않고 바꾸고 있다.

'자산규모 1,500억원 이상이면 상임이사를 선임할 수 있으며, 비상임조합장으로 전환이 가능하다'는 개정된 농협법을 따르기는 하였지만 정관 수정의 비난은 피할 수 없어 보인다.

조합원들은 이러한 이유로 "태생부터 귀태인 개정된 농협법이 조합의 존립마저도 위협하는 상황이라"고 입을 모은다.

여기에 한 발 더 나아가 원래 법 개정 취지는 전문성이 필요한 신용사업 등에는 상임이사를 통해 경영의 합리화를 꾀하고, 농협 본연의 업무인 경제사업과 지도사업은 대표성을 가진 비상임조합장이 맡음으로써 권한 분산은 물론 권력의 독점을 막아 조합원들의 권익을 신장하겠다는 것이 당초 취지였다.

그러나 일부 조합장들이 이를 장기집권의 도구로 악용하면서 법 개정 취지를 무색케 하고 있다. 비근(卑近)한 예로 고창군의 G농협 경우 신용사업에서 벌어들인 수익으로 만성 적자에 허덕이는 경제 사업 손실부분을 메우는 동족방뇨 식 땜질 경영을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는 전적으로 조합장의 책임이다. 당연히 부실 경영의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함이 마땅하다. 한데 그 조합장은 이번 선거에도 출마하였다.

뻔뻔함의 극치다. 조합원들은 살림살이가 팍팍하다고 아우성인데 본인의 배는 이미 욕심으로 포화 상태이니 말이다.

때문에 이제는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권한에 대해서는 리미트(limit)가 없는 반면 경영 부실에 대한 책임은 전무할 정도인 비상임조합장은 더 이상 필요치 않다"고, 옛말에 '바늘귀만한 개미구멍 하나가 태산보다 큰 제방을 무너뜨린다'는 말이 있다.

온정과 지역정서란 개미구멍에 얽매이다 보면 결국 태산 같은 조합도 무너지고 만다. 이제 선거도 얼마 남지 않았다.

이번 선거에서는 자신의 배를 채우는 조합장 보다는 조합원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 주는 그런 조합장을 선출하여야 한다. 그래야 조합이 바로 서는 길이다.

또한 온정주의에 매몰된 투표는 사표나 다름없다. 이는 조합원 스스로가 자신의 권리를 포기하는 것이요, 권리에 대한 해태(懈怠)를 자인하는 꼴임을 명심하였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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