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방국토관리청, '하도급 대금 분쟁' 80% 지분 참여업체 배제

▲ 부산지방국토관리청 인터넷 홈페이지 캡처.

(울산=국제뉴스) 최지우 기자 = 국도 31호선 경북 청송우회도로 건설을 발주한 부산지방국토관리청이 규정에 따른 선급금을 지급하지 않고서도 '하도급 대금 분쟁'을 이유로 주력 건설사에 대한 계약을 중도에 해지, '갑질 논란'을 빚고 있다.

국토관리청은 이같은 처분으로 해당 건설사가 갖고 있던 80% 지분이 20% 지분에 불과한 협력사에 모두 넘어가는 과정에서 두 업체간 '지분 싸움'에 불법적으로 개입한 게 아니냐는 의혹까지 사고 있다.

18일 부산지방국토관리청에 따르면 국토부는 지난 2015년 3월부터 경북 청송군 청송읍 청운리에서 금곡리를 잇는 국도 31호선 4.4㎞ 구간 2차로 공사를 2020년 2월 완공 목표로 443억원의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전체 7차례에 걸쳐 나눠 진행되는 공사는 경기도 성남시에 사무실을 둔 인보건설이 전체 공사의 지분 80%를, 대전 건설업체 A사가 20% 지분으로 각각 나눠 추진됐다. 

분쟁은 전체 공사 중간 단계인 4차 공사가 마무리되던 지난해 3월 발생했다. 

부산지방국토관리청은 주력 건설사인 인보건설이 제때 하도급 업체에 작업 대금을 지급하지 못했다며 5차 공사 계약체결을 유보했다. 당시 인보건설이 자체 파악한 미지급금은 7억8000여만원. 이 금액에서 부산국토관리청으로부터 받을 5차 기성금 2억9000만원 가량을 빼면 잔여 미지급금은 4억9000여만원이다.

통상 국토관리청은 발주 공사비를 공기 차수별로 30% 안팎 선급금으로 지급한다. 이를 감안하면, 인보건설은 선급금의 일부나마 부산지방국토관리청에게서 받아 즉시 해결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계약해지 업체 "중간 정산금 통장에 넣어 찾아갔지만 허사"
감리단·부산국토관리청 "찾아오긴 했지만, 믿을 수 없었다"

하지만 미지급금 규모를 두고 인보건설과 감리단 측이 이견을 보이면서, 5차 계약은 정상적으로 체결되지 않고 계속 지연됐다. 계약 체결 지연에 초조해진 인보건설은 그해 6월13일 경리담당 이사를 청송 공사 현장에 보냈지만, 허사로 돌아갔다. 

당시 경리담당 이사는 공사 현장에서 감리단장과 국토관리청 현장 파견 공무원들을 만나, 미지급금 해결을 위한 10억원이 든 통장을 보여주며 계약체결을 종용했다.

하지만 당시 감리단이 내놓은 자료에는 미지급금 규모가 13억6000만원에 달했다. 이 부분에 대한 양측의 주장은 엇갈린다.

인보건설 측은 "6억원 가량 허위청구된 미지급금을 그대로 인정할 수 없었다"면서 "이 때문에 우선 10억원을 지급해 미지급금 문제를 일단 봉합한 뒤 5차 공사 계약을 체결하고 세부 정산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자는 뜻에서 현장을 찾아갔지만, 감리단과 국토관리청 관계자로부터 아예 무시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홍태안 감리단장(다산컨설턴트)은 "이사라는 사람이 (준중형차를 몰고) 찾아오긴 했지만, 금액이 안맞는 상태에서 믿을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로부터 20여일이 지난 7월5일 인보건설은 부산지방국토관리청으로부터 공사 현장 철수명령과 같은 '출자지분 변경' 통보를 받게 된다. 이 공문에는 '정당한 이유 없이 계약을 이행하지 않고, 잔존 구성원(공동수급)이 계약이행요건을 갖췄다고 확인됨으로, 중도탈퇴(강제탈퇴) 및 잔존 구성원의 출자지분 변경(요청)에 승인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앞서 이 공사에 20% 지분으로 참여한 공동수급 A업체는 '출자지분 변경 결정'이 내려지기 불과 며칠 전인 6월말 '공동수급체 구성원인 인보건설이 재정상태 악화로 정상적인 계약이행이 불가하다'고 국토관리청에 탈퇴요청서를 신청해 놓은 상태였다. 

조달청 "국토관리청, 출자지분변경 재의결하면 원래대로"
부산국토관리청-감리단, 책임 소재 넘기며 '핑퐁 게임'

이후 후속 조치는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부산지방국토관리청은 80% 지분을 갖고 있던 인보건설의 항변에도 아랑곳 없이 '출자지분 변경' 통보한 지 20일 뒤인 7월25일자로 "원활한 공사 추진을 위해 하도급 대금을 직접 지급하기로 결정했다"는 내용의 공문은 인보건설에 보냈다.

국가 발주 공사 입찰을 관장하는 조달청은 국토관리청의 공문을 바탕으로, 8월13일 '시설공사(청송우회도로 국도건설) 출자지분율 변경'을 공식적으로 인보건설에 통보했다. 첫 공문에는 "발주기관(국토관리청) 및 공동수급체 구성원 동의하에 출자지분율 변경 요청"에 따른 것이란 얼토당토하지 않는 내용이 담겨 있다.

사실과 전혀 다른 결정문이 발표된 다음날인 8월14일, 출자지분율 변경의 사유는 '인보건설의 공사 불이행'으로 정정됐다. 조달청이 국토지방관리청으로부터 긴급히 처리해 줄 것을 요청받은 정황이 짙은 대목이다.

이어 대구지방조달청은 9월14일 인보건설을 '부정당업체'로 지정, '입찰참가자격 제한처분(예정)에 따른 사전 통지서'를 해당 업체에 보냈다. 인보건설의 영업정지 기한 1개월. 통상 업체의 귀책사유로 인한 영업정지 기한이 6개월인 점을 고려하면, 국도 공사을 지연한 책임을 묻는 징계로는 턱없이 관대한 조치이란 게 건설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대구지방조달청 관계자는 이와 관련, "발주기관인 부산지방국토관리청이 내용증명으로 '출자지분'에 대한 재의결을 요청해 오면, 원래대로 진행할 수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부산지방국토관리청은 감리단에, 감리단은 해당 국토관리청에 책임 소재를 떠넘기고 있다.

인보건설 황남선 사장은 "공동 수급 공사 과정에서 20% 지분을 가진 회사가 80% 지분을 가진 주력 업체를 몰아내고 공사 전체를 인수한 것은 대한민국에 처음 있는 사례로 꼽힐 것"이라며 "소수 지분 업체와 관청의 유착 의혹에 대해 법적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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