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뉴스토리'는 진정한'메달'의 의미가 무엇인지, 우리 체육계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점검하고, 보존과 개발 사이에서 불편한 유산이 되어가는'적산가옥'의 대안책을 살펴본다.

◆ 메달과 폭력

쇼트트랙 심석희 선수의 피해사실 공개를 계기로 세계 10대 체육 강국을 자부하던 우리나라의 올림픽 메달과 폭력의 연결 고리가 드러났다. 충격을 받은 국민들 사이에서는 선수들에 대한 폭행과 인권침해로 따낸 메달은 의미가 없다는 인식이 공감대를 넓혀가고 있다.

2002년 솔트레이크 시티 동계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주민진 전 국가대표 코치도 폭력과 강압적 훈련으로 획득한 금메달에 대해"스스로의 의지로 해냈다는 기억이 없어서 나이가 들수록 아쉬움이 크다"고 토로한다. 선수 시절에 생긴 공황장애는 국가대표에서 은퇴를 하고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사라지지 않았고, 세 아이의 엄마가 된 지금까지도 간헐적으로 찾아오고 있다.

아이들이 엄마의 아픔을 알게 되는 것이 싫었지만 심석희 선수의 용기 있는 고백을 보고 자신의 얘기도 말하게 됐다는 주민진 전 코치는 국민들의 인식 변화를 따라오지 못하는 체육계의 낡은 성적 지상주의를 이번에는 반드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도 최근 체육계 성폭력 종합대책을 발표하면서 국위선양을 체육의 목적으로 삼는 정책기조를 바꾸겠다고 천명했다. 하지만 체육계 내부에서는 이런 개혁에 저항하는 움직임이 있다. 지나가는 소나기 피하듯이 여론이 가라앉기만을 기다리면서, 엘리트 체육을 파괴해 메달을 따지 못하게 되면 국민들이 가만히 있겠느냐는 반론도 내민다.

진정한 메달의 의미는 무엇인지, 체육계 폭력의 토양이 되어 온 성적 지상주의를 바꾸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뉴스토리'가 우리 체육의 과거와 현재를 점검하고 미래의 변화 가능성을 진단했다.

◆'불편한 유산' 적산가옥의 미래는

최근 적산가옥에 대한 문화재로서의 가치가 재조명되고 있다. 적산가옥은 말 그대로 적(敵)이 남기고 간 재산을 뜻한다. 1945년 2차 세계대전에서 일본이 패망한 후 일본인들이 한국 땅을 떠나면서 남긴 집과 건물들은 미군정이 관리하다 우리 정부가 넘겨받아 민간에 매각했다.

서울 용산구 후암동은 일제 강점기 일본인들이 많이 살던 동네였다. 신사인 조선신궁이 있었고 일본인 주택단지가 대거 들어설 정도였다. 무사의 나라인 일본은 전통적으로 맨 꼭대기에 영주가 살고 아래 경사지에 사무라이들이 살았기 때문에

일본인들은 후암동처럼 경사진 언덕이 많은 곳을 선호했다는 것이다.

후암동에 있는 적산가옥은 지붕이 뾰족하고 처마가 길며 이층식 구조가 많다. 안창모 경기대 건축학과 교수는 "이런 건축물은 일본의 전통 주택 양식이라기 보다는 네덜란드 등 서구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근대기'검은 머리의 유럽인'이 되고 싶어 한 일본인들의 강한 열망을 드러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서구양식의 건물로 일본의 우월성을 조선에 과시해 식민 지배를 정당화하려는 의도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전남 벌교에 가면 대표적인 적산가옥이 있다. 바로 보성여관이다. 소설'태백산맥'에서 토벌대장 임만수와 부하들이 머물던 남도여관이 바로 이 보성여관이다. 1935년에 지어진 보성여관은 일본식 목조건축의 특징이 그대로 남아있다. 역사적 보존 가치가 인정돼 2004년 등록문화재가 됐고, 2010년부터 2년 반에 걸친 복원 작업 끝에 숙박시설과 전시장, 소극장 등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하면서 남도여행의 명소로 자리 잡았다. 

적산가옥의 보존 작업이 활발하게 진행되는 가운데 이를 바라보는 시각은 다양하다. 최근 들어 아픈 역사의 흔적도 보존해서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는 쪽에 무게가 실리고 있지만 일제의 잔재이자 부끄러운 역사는 없애버리는 게 낫지 않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실제 거주하는 주민들은 낡은 건물의 불편함을 호소하며 재개발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역사적 가치를 살리면서 보존과 개발 사이의 갈등을 해소할 현실성 있는 대안은 없을지'뉴스토리'에서 적산가옥의 미래를 집중 취재한다.

SBS'뉴스토리'는  16일 토요일 오전 7시 40분에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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