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방중소벤처기업청 조종래 청장

▲ 부산지방중소벤처기업청 조종래 청장

이번 정부는 소득주도 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쟁을 경제정책의 핵심 축으로 내걸고 있다. 이 중 혁신성장은 기업의 기술혁신을 통해 경제 발전을 꾀하고자 하는 정책으로 혁신성장의 주역은 기업이며, 그 토대는 기술혁신으로부터이다.

그러나 많은 인력과 자금, 시간을 투자해 개발한 기술도 단 몇 분이면 유출된다는 점에서 중소기업의 기술보호는 아무리 강조하더라도 지나치지 않다.

최근 대·중소기업간 기술탈취 문제가 수면위로 부상했다. 지난 7월 건설중장비기업인 두산인프라코어가 에어 컴프레셔의 납품단가를 낮출 목적으로 한 중소기업의 핵심도면을 타 중소기업에 제공한 것이다. 이로 인해 두산인프라코어는 3억7900만원의 과징금 처분을 받았다.

2017년 중소기업기술보호실태조사(중소벤처기업부, 이하 '실태조사')를 보더라도 매년 기술탈취 비율이 증가되고 있다. 2014년 대비 2017년 기술유출 사건의 건당 피해액은 감소했으나(24.9→19.7억원), 유출비율은 증가 추세(3.3 →3.8%)이며, 평균 피해금액도 13억원을 넘는다.

이 조사는 개발 전담부서가 있는 기업이 대상이므로, 실제 기술유출 피해는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기술탈취의 가장 큰 원인은 거래 지위의 불균형이다.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무단 탈취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위 실태조사에 의하면 중소기업의 66%는 대기업으로부터 기술자료를 요구받은 경험이 있으며, 기술자료를 제공한 기업도 59%를 넘어선다고 한다.

창업기업은 더욱 심각하다. 아이디어 하나만을 가지고 도전한 창업자들의 기술유출은 파악도 힘든 실정이다.

일단 기술유출이 발생하면 입증이 어렵고, 기간과 비용이 많이 소요되며, 승소를 장담할 수도 없다. 승소해도 손해배상액이 청구액보다 턱없이 적을 뿐만 아니라 소송비용, 거래단절을 생각하면 상처뿐인 승리일 수밖에 없다.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 '혁신성장'도 기술보호와 연결된다. 자물쇠인 기술보호가 뒷받침돼야 성장동력이 탄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중소벤처기업부 홍종학 장관이 취임하면서 '기술탈취 근절'을 제1호 과제로 꺼내들었다.

우선, 공정거래질서 확립을 위해 ▲기술자료 요구·보유 금지 원칙(비밀유지협약체결) ▲기술 거래·취급시 보호장치 사용(기술임치, 거래기록등록시스템, 표준계약서) ▲공정한 법·제도(입증책임 전환, 징벌적 손해배상)를 마련할 예정이다.

다음으로 행정적 지원 강화를 위해 ▲범부처TF 구성 등 공조체계 강화(6개 부처) ▲법적 조력 및 예방조치 강화(공익법무단, 국선대리인, 평가지표 도입) ▲소송 수행 및 경영정상화 위한 부담 완화(특허공제, 소송보험, 자금)를 시행한다.

마지막으로 기술보호 기반 구축을 위해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환경 조성(공동R&D수행·기술나눔 장려·기술거래 강화) ▲기술탈취는 범죄임을 인식시키는 교육과 홍보를 지속적으로 실시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중소기업 스스로도 기술유출 차단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먼저, 자체 기술보호를 위한 관리규정을 갖추고, 기술보안관리 전담인력을 지정하는 한편, 전직원 대상 기술보호 교육이 필요하다.

특히 기술유출은 사람에 의한 것이므로, 기술인력에 대한 투자와 보상에도 각별한 관심이 필요하다. 보안서약서·핵심기술인력 전직금지서약서라는 채찍과 함께, 직무발명보상제도·내일채움공제 등 당근을 제공해 장기재직을 유도해야 한다.

"권리위에 잠자는 자는 보호받지 못 한다"라는 법언(法言)이 있다. 권리를 절차에 따라 적극적으로 주장하지 않으면 권리를 보호 받을 수 없다는 뜻이다.

중소기업의 우수한 핵심기술 또한 마찬가지일 것이다. 철저한 유출방지 대책과 준비 없이는 보호받지 못할 것이며, 기술이 유출됐다고 인지할 때는 이미 돌이킬 수 없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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