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국제뉴스) 허일현 기자 = 새해 첫날 경기 고양시의회 한 시의원의 음주운전 적발로 지역이 시끄럽다.

채우석 시의원은 지난1일 오후 3시40분께 일산서구의 한 도로 중앙분리대 화단가로수를 들이 받는 사고를 냈다.

인명피해는 없었으나 경찰의 음주조사에서 면허정지 수준인 혈중알코올농도 0.065%로 측정됐다.

이 같은 사실이 언론에 첫 보도되고 채 하루도 안 돼 시민단체라는 곳과 자유한국당, 정의당, 바른미래당 등이 나서 의원직 사퇴나 제명을 요구하는 성명서를 앞 다투어 내고 성토했다.

하나같이 최근 사회적 이슈가 됐던 '윤창호법'을 들어"법 발효로 음주운전에 대한 경각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진 상황에서 남다른 윤리와 준법의식을 갖춰야 할 선출직 공무원의 음주운전과 사고는 중대한 사건"이라는 취지로 질타했다.

많은 언론사들도 '채 의원과 연락되지 않는다' 정도로 가름하면서 반론없이 이들의 성명서를 여과 없이 그대로 받아내자 채 의원이 사회분위기를 역행하는 파렴치범 정도로 묘사됐다.

어쨌든 옳은 지적이다.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음주운전을 했다는 것 자체는 변명의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지역의 어떤 인터넷 매체처럼 채 의원에 대한 시의회 처벌수위를 두고 투표하는 코너까지 만들어 희화화하는 볼썽사나운 모습은 혀를 차게 만든다.

기자는 문득 모든 이들이 갈망하는 사회는 어떤, 누군가에 의해 불행한 일이나 결코 묵과해서는 안 될 행위가 벌어졌다면 사회정의가 무엇인가, 어떤 판단을 할 것인가 등을 진정어린 마음으로 숙고해서 결론을 내려야 하는 것이 옳다는 생각에 취재를 했다.

기자가 얼마동안 취재한 사실은 이렇다. 채 의원은 지난 1일 새벽 자신의 지역구 주민들이 마련한 해맞이 행사에 참여했고 주민들과 어울리다보니 소주 1병정도의 음주를 했다.

또 술을 깨려고 오전 10시께 마을의 한 곳에서 잠을 잤고, 일어난 시간은 오후 3시께로 이 정도면 술이 깼을 것으로 여기고 잠시 추스르다 자신의 차량을 10여 분간 운전을 하다 사고가 발생했다.

이 상황은 채 의원이 사고 당시 음주도 있지만 잠이 덜 깬 상태로 순간 졸음을 참지 못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현재까지 알려진 성명서나 언론보도는 '시의원이 대낮에 음주운전으로 사고를 냈다'는 것이다. 그 맥락만 보면 쉽게 용서가 안 되는 행위다.

'어떤 사실'은 모르니 사건만 보도하고 '대낮음주사고'라는 것을 부각하다보니 독자들은 개인적으로 지인들과 낮부터 어울려 술을 마셨다는 등의 일탈행위로 풍기는 다소 부정적인 작용을 했다.

그러다보니 여성 동승자가 있었다는 등의 헛소문마저 퍼지면서 남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의 먹잇감이 됐다.

특히 단체와 각 정당들의 성명서들에는 채 의원을 향해 '2010년에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으로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은 전력을 가지고 있다'고 명시하면서 혼란을 줬다.

이것은 음주운전하고 아무 관계가 없는 말 그대로 단순교통사고를 낸 이후 받은 처분이다.

이 사안에 대해 채 의원이 선거관리위원회에 낸 소명을 보면 '구청 팀장 재직 시 민원 때문에 차량을 운전하다가 횡단보도 반대차선에 정차중인 차량사이로 갑자기 뛰쳐나오는 보행자를 발견하고도 미처 제동하지 못해 추돌해 일어난 사고'라고 밝히고 있다.

그런데도 각 정당 등이 굳이 이 사건을 성명서에 적시한 것은 무슨 이유일까. 마치 음주운전에 상습성이 있는 사람으로 연상케하는, 그래서 선출직 공직자로서 부도덕한 사람이라는 것을 부각시키고자하는 상당한 의도성이 있지는 않나 의심이간다.

이를 일부 언론에서도 그대로 인용하면서 그렇게 착각하는 시민들도 많고 이 때문에 기자는 '마녀사냥 식 정치 살인과 부화뇌동하지 말라'고 지적한 것이다.

어렵게 전화가 연결된 채 의원에게 왜 사건전후 맥락에 대해 적극적으로 해명하지 않느냐는 물음에 한숨을 쉬며 "이유를 떠나 잘못은 맞고 아무리 설명해봐야 지금 돌아오는 지탄은 빤한데 반성의 의미에서 봉사활동을 하면서 마음을 추스르고 있다"며"자칫 오해를 부를까봐 기자들과의 접촉도 일체안하고 있다"면서 자신과 관련한 보도 자제를 요청했다.

채 의원은 우리사회가 언제부터인가 잘못에 대한 변명조차 못할 정도로 막다른 골목까지 몰아가는 각박한 사회임을 원망하고 싶었을 것이다.

기자는 채 의원의 행위에 대해 그 나름의 이유가 있기 때문에 면죄부를 주자고 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무조건적인 여론재판이 아닌 사실대로 알고 정확히 판단해 또 다른 억울함을 만들지 말라는 것이다.

그 나름의 이유가 과연 공익적인 것에 대한 위해의 정도가 얼마나 위중한지, 아닌지, 얼마만큼의 잘못이 있는지를 판단해야 할 필요성이 있고 반드시 그렇게 내린 결론이 성숙한 사회다.

작게는 나 자신이나 내 가족이 잘못과 별개로 매도당하고 여론재판을 당하면 이후 해소된다 한들 얼마나 억울하겠는가.

'너의 아픔은 곧 나의즐거움'이라거나'남의 불행은 나의 행복'이라는 못된 인간성들과 마주하는 사회라면 끔직한 일이다.

채 의원은 자신이 속한 정당에 피해가 가는 것을 우려해 이유를 막론하고 일단 탈당을 했다고 한다.

또 시의회에서는 곧 윤리특별위원회가 열리게 된다. 있는 사실이 그대로 투영돼 올바른 판단이 내려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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