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국제뉴스) 변성재 기자="사나이 중에 사나이 나와라!"

프라이드FC (PRIDE Fighting Championship, 이하 프라이드)는 1997년 설립 이후, 줄곧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며 2000년대 중반까지의 세계 종합격투기 판을 주도 했다.

프라이드FC는 그들이 활약한 약 10년의 기간 동안 에밀리아넨코 효도르, 미르코 크로캅, 사쿠라바 카즈시, 반다레이 실바, 마우리시오 쇼군 등 당대 최고 격투기 스타들을 배출 했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 프라이드는 불미스러운 사건과 많은 이유로 없어졌지만, 여전히 국내뿐만 아니라, 국외 격투기 팬들의 마음 속에 남자들의 로망이자 향수로 남아있다. 
 
일본의 격투 단체였던 프라이드 FC 파이터들은 어떻게 최고가 될 수 있었을까? 프라이드 FC는 캐릭터 메이킹을 잘 하는 단체였다. 

'그레이시 헌터' 사쿠라바 카즈시, '불꽃소년' 고미 타카노리, '기인' 미노와맨 등의 로컬 파이터들과 일본인들을 잡아삼키는 '도끼살인마' 반다레이 실바. '인류 최강' 효도르 등의 해외 슈퍼스타들이 한 무대에서 경쟁하며 스토리를 만들어갔다.

또한, 프라이드 FC는 스타 파이터들을 활용한 흥미로운 스토리라인 구성과 매치메이킹, 특유의 무대연출 등을 통해 대회를 완성를 더했고, 격투기라는 스포츠에서 엔터테인먼트적인 요소가 얼마나 중요했는지 그들은 증명해 보여 주었다.  

프라이드 FC는 연출과 스토리 구성은 과하다거나 억지스러운 느낌을 주지 않았고, 거부감없이 담백했다. 프라이드FC가 몰락 후 10년여가 흐른 오늘날의 종합격투기는 UFC 등의 북미단체 중심으로 발전하고 있다.
 UFC의 독주 속에서도 최근 눈에 띄는 행보를 보여주고 있는 격투 단체가 있다. 바로 원챔피언쉽이다. 원챔피언쉽은 싱가폴에서 탄생한 동남아시아 기반의 단체이다. 

최근 드미트리우스 존슨, 에디 알바레즈, 세이지 노스컷 등의 스타파이터들을 연이어 영입하며 화제의 중심이 되고 있다. 이러한 이슈외에도 원챔피언쉽은 규모와 인지도, 대회의 퀄리티 등 모든 면에서 인정을 받고있으며 최근 미국 방송사 터너스포츠와 방송계약까지 성공했다. 

메이저 격투단체가 전무했던 동남아시아로 세계 격투팬들의 이목을 쏠리게 만든 원챔피언쉽. 필자가 느낀 원챔피언쉽의 가장 큰 강점 중 하나는 스타 육성 시스템이다. 대회 초기부터 그들은 국적, 대륙과 관계없이 실력과 스타성을 갖춘 파이터들을 지속적으로 영입하고, 발굴하여 기용했다. 

대회의 단발적인 흥행을 위한 일회성 선수기용 보다는 꾸준하게 노출시키고 프로모션하여 수많은 스타를 배출하였다. 원챔피언쉽의 대표 파이터들을 떠올려 보면 브랜든 베라, 안젤라 리, 벤 아스크렌(현 UFC), 아오키 신야, 비비아노 페르난데스, 에두아르두 폴라양, 마틴뉴엔 등 다양한 국적과 스타일을 갖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동남아시아와 동남아시아外 선수들을 적절히 기용하며 스타플레이어들을 육성해낸 과정을 보면 과거 프라이드의 그것을 떠올리게 된다. 프라이드는 사쿠라바와 고미로 대표되는 자국스타들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실질적으론 효도르, 크로캅, 실바, 노게이라 등 해외의 강자들을 중심으로 세계적 인지도를 얻었다. 

그들은 실력과 더불어 프라이드 특유의 캐릭터 메이킹에 힘입어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프라이드FC는 세계의 강자들 사이에 자국(일본) 선수들을 포함하여 경쟁시키고 경쟁력있는 스타를 발굴함과 동시에, 전적이나 실력면에서 다소 아쉬움이 있더라도 매력있는 캐릭터들 역시 꾸준하게 기용하였다.
 
원챔피언쉽의 꾸준한 선수기용을 통한 자연스런 스타 육성 방식은 프라이드의 그것과 닮아있다. 꾸준한 노력에 의해 스타파이터들이 많아지면 팬들은 그들을 보기위해 경기장으로 모여들고, 경기를 찾아보며 대회의 인지도는 올라가게 된다. 

대회자체의 운영이나 마케팅, 일시적인 이벤트도 중요하지만 결국은 대중적 스타다. 대중이 사랑하는 스타가 있어야 대회사는 성공한다. 우리나라에도 최근 몇 년간 많은 MMA 단체들이 생겨나고 있다. 

격투기팬의 한 사람으로서 우리나라의 단체들도 국내, 해외선수 구분없이 꾸준히 선수를 기용하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스타를 육성하는 단체가 많아졌으면 한다. 단발성 이슈메이킹이나, 스타선수의 일회성 출연도 분명 중요한 요소이지만, 단체의 아이덴티티와 철학을 갖고 스타를 육성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춘 단체가 많아져야한다.

이를 통해 대중적 격투기 스타를 만들면 단체는 자연스럽게 사랑을 받을 것이며, 우리나라에서도 꾸준히 만날 수 있는 국내외 격투기 스타, 대회사의 프렌차이즈 스타들이 많아졌으면 한다. 필자가 앞서 언급한 원챔피언쉽이나 프라이드가 아니더라도, 다른 단체들의 장점을 벤치마킹하는 방법은 아주 보편적이며 좋은 성공의 루트라 생각한다. 

경계를 두지말고 스타를 육성했으면 한다. 해외선수도 가급적 꾸준하게 기용해서 자국선수 못지 않게 캐릭터를 만들어주고, 해외 강자의 단발성 영입보다는 그들을 꾸준히 등판시키고 우리선수들과 경계없이 경쟁했으면 좋겠다. 사사키신지, 쿠메타카스케, 브루노미란다 등은 아주 좋은 사례다.
 
지금까지의 국내 대회들은 선수기용에 있어 아쉬운 점들이 다소 있었다. 대회 흥행을 위해 적당히 그림을 만들어 줄만한 선수를 단발성으로 찾아 매치매이킹을 하는 사례가 많았던 것도 사실이다. 단기적인 대회사의 노력으로 스타를 만드는 것도 좋지만 중장기적 안목으로 가능성 있는 선수를 꾸준히 기용하고 실력으로 어필하면 팬들이 스타를 만들게 되어있다. 
 
대회사가 스타를 정해놓고 키우는 것이 아닌 대회사는 시스템을 만들어 놓고 그 시스템안에서 많은 강자들이 어우러져 경쟁하면서 자연스럽게 스타가 탄생하는 그림. 그런 사례가 많아지길, 시스템을 잘 갖춘 대회사를 통해 많은 격투기스타들이 탄생하길 기대해 본다.

 

글: 조원상 격투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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