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국의 테레사 메이 총리 ⓒAFPBBNews

유럽연합(EU) 지도자들이 13일(현지시간)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합의문을 다시 살리기 위해 재협상 노력을 하는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의 요구를 거절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장 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은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EU 정상회담 이후 "영국은 우리가 주길 바라는 것을 묻는게 아니라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분명히 말해야 한다"면서 "영국이 아무런 합의 없이 EU를 떠나는 '노딜 브렉시트'에 대비한 대비책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융커 위원장은 "메이 총리는 용감한 싸움을 이끌었지만 불행히도 우리는 그 결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의 브렉시트 합의문에 반발하는 집권 여당(보수당)에 의해 신임 투표를 받는 등 영국 내에서 벼랑 끝에 몰려있는 메이 총리는 EU 정상회담에서도 거센 반대에 직면한 것.

소식통에 따르면 메이 총리는 아일랜드 국경에서의 하드 보더(국경 통과 시 통행통관 절차를 엄격히 하는 것)를 피하기 위해 영국 전체를 EU 관세동맹에 잔류하게 하는 조항, 이른바 '백스톱' 조항과 관련해서도 난항을 겪었다. 

메이 총리는 EU 지도자들 사이에서 논란이 되는 백스톱 조항에 대해 "영국 의원들이 안심할 수 있으면 다음 달에 브렉시트 합의문이 의회를 통과할 수 있다"고 설득했다. 그러나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등 EU 지도자들은 메이 총리에게 "원하는 것을 정확히 말하라"고 여러 차례 요구하는 등 회담 분위기는 경색됐다.

합의문에는 백스톱의 종료 시기와 관련한 내용이 없는 데다가 EU와 영국 어느 한 쪽이 일방적으로 종료할 수 없기 때문에 보수당은 '백스톱이 영국을 EU의 식민지로 만들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메이 총리는 백스톱에 대한 추가 조치로 '영국과 EU가 브렉시트 이행 기간이 끝나기 전까지 미래 관계에 합의하지 못했다면 자유무역협정에 동의하는 목표 날짜를 정하자'는 아이디어를 제안했다.

하지만 EU 지도부는 기간 설정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EU 정상회담 성명서 초안에는 백스톱과 관련해 '어떠한 추가 확신을 제공할 수 있을지 검토할 준비가 돼 있다'고 명시됐었지만 최종안에는 해당 문구가 삭제됐다.

정상회담 성명에서는 백스톱이 '일시적으로 적용'되며 EU 회원국들은 영국과의 새로운 무역 협상을 '신속하게 마무리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확인했다. 그러나 이는 보수당 등이 바라는 '법적 구속력이 있는 약속'은 아니다.

영국 하원은 내년 1월 메이 총리의 브렉시트 합의문에 대한 표결을 진행한다. 메이 총리는 1월21일 전까지는 브렉시트 합의문 표결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융커 위원장은 메이 총리가 유럽으로부터 바라는 지원이 있다면 앞으로 몇 주 내에 제안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오는 19일 노딜 브렉시트에 대비해 유럽 기업과 시민들을 보호하기 위한 계획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영국은 영국과 EU 양측이 브렉시트 합의문에 동의하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내년 3월29일 EU를 탈퇴하게 된다. 합의가 되지 않을 경우 EU가 대비하고 있는 노딜브렉시트가 발생한다.

저작권자 © 국제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