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2014년 해외파견 47명 10억9천만원 '복지비 부정수급'

▲ 양수영 사장(오른쪽에서 3번째)이 지난 5월28일 캐나다 하베스트사 블랙골드 현장을 방문한 모습. <한국석유공사 제공 자료사진>

(울산=국제뉴스) 박동욱 기자 = 한국석유공사의 해외파견 직원들이 공문서 위조를 통해 복지비용을 경쟁하듯 챙겨 온 사실이 드러난 가운데 이같은 불법행위를 조직적·주도적으로 은폐해 온 내부의 몸통이 있다는 주장 제기와 함께 이를 뒷받침하는 내부 자료가 드러났다. 

문제의 사안은 석유공사 내부에서 해외자원개발의 어두운 그림자에 가려진 곪은 상처로 쉬쉬해오다가, 지난 2014년에 이어 올해 이를 보다못한 내부 직원의 공익 제보로 들춰진 조직적인 공금횡령 사건이다.

그런데도 석유공사는 해외파견 직원 47명이 집단적으로 연루된 10억대 규모의 '복지비 부정 수급' 행위에 대해 여전히 사법당국에 고발하기는커녕 징계조차 내리지 않아, 그동안 아리송한 사건 처리를 두고 갖가지 억측이 난무했다. 

12일 국제뉴스가 새로 입수한 석유공사의 내부문건에 따르면 지난 2010년 영국 다나사의 인수 이후 현지에서 이른바 '셀프 복지' 규정을 직접 만들거나 이를 유지한 전임 현지 사업소장 2명은 현재에도 해외 석유개발 사업을 총괄하는 핵심 요직을 맡고 있다.  

특히 관련 규정이 본사의 지시로 폐기된 시점인 2014년 6월까지 후반기 사업소장이었던 A씨는 석유공사 내부에서 승진할 수 있는 최상위 직급까지 올랐다. 또 A씨를 영국 다나사에서 보필하던 B씨는 현재 감사실 팀장으로 자리를 옮겨 근무중이다.

이들이 특별히 주목을 끄는 이유는 석유공사가 최근에 '해외 직원 복지비 부당수령 실태'건에 대해 재조사 차원에서 특정감사를 벌였으나, 다른 직원과 똑같이 연루된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내부 문건에 대한 별다른 판단 없이 '부정 수급자 명단'에는 제외됐기 때문이다.

석유공사는 당초 지난 2014년 내부자 고발에 따라 감사팀을 영국 다나사에 파견했으나, 주된 '복지비 부정 수급' 사안이 아닌 업무용 차량을 사적으로 상습 사용한 점만 문제 삼아 정직 1명, 감봉 2명 등 3명에 대해서만 징계를 내렸다.

2014년 당시 A씨와 B씨는 감봉과 경고 조치를 받았으나, 정작 '복지비 부정 수급'과 관련한 감사는 이뤄지지 않아 더 이상 인사상 불이익을 받지 않았다.

이들과 관련된 '복지비 부정 수급' 비리 의혹은 올해 또다시 내부자 고발로 수면 위로 떠오른 뒤 외부 특정감사(김앤장 법무법인)로 이어졌지만, 예상된 대로 연루자 명단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지난 2014년에 이어 연거푸 내부 문건에서 다른 직원들과 함께 연루 리스트에 오른 2명만이 유독 누락된 것이다.

▲ 현재 본사 핵심 요직을 맡고 있는 간부가 지난 2013년 영국 다나사에 파견돼 있을 당시 복지비를 부정 수급한 내역을 담은 내부 문건.

'부정 수급' 현지 소장-과장 이번 감사서도 '열외'
연루 47명엔 '가혹하지만 반액 반환이라도' 진풍경

국제뉴스가 입수한 내부문건을 살펴보면, A씨는 현지 소장으로 재직하던 2013년 '등록비'(Registration Fee)와 식자재 구입 등 복리비 명목으로 2750유로화(당시 환율 470만원 상당)를 받아썼다. (전임 소장 C씨는 같은 명목으로 재임 3년 동안 모두 6300여만원을 받았다.) 또 현재 감사실 팀장으로 근무하고 있는 B씨는 2013년에 170여만원을 부정 수급했다.

최근 감사에서 '부정 수급자'로 확인된 영국 다나사 파견 18명과 캐나다 하베스트사 29명 등이 한명당 평균 2250여만원씩 3년여에 걸쳐 모두 10억6000여만원을 챙긴 것에 비해 표면상으로는 금액면에서 훨씬 작은 액수다. 하지만 이들의 혐의 자체를 빠뜨린 부분에 대해서는, 감사 보고서 어디에서나 석유공사에서도 설명이 없는 상태다.

더욱이 이번 감사(김앤장 법무법인)에서는 전수조사가 아닌 석유공사가 제공하는 자료에 바탕을 둔 제한된 조사라는 점에서 처음부터 '짬짜미 감사' '옥상옥 감사'라는 비난을 자초했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전수조사를 안한 이유에 대해 "(감사 기한을 고려할 때) 시간적으로나 현실적으로 어려운 문제"라는 모호한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여기에다 지난 2014년 감사에서 A씨가 감봉에 해당되는 징계를, B씨가 경고라는 조치를 받은 것 또한 축소 은폐 감사의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A씨와 B씨는 재직 기간 동안 아우디 고급 승용차를 업무용 차량으로 렌트한 뒤 자신의 집에 주차해 놓으면서 사실상 사적으로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지만, 상대적으로 가벼운 징계를 받는 데 그쳤다. 경고 이하는 인사상 불이익 없어 실질적인 징계에 포함되지도 않는다.

2014년 감사가 유야무야 넘어간 뒤, 2016년을 전후해 석유공사의 감사실에는 느닷없이 해외파견 중견 직원 2명이 충원된다. 앞서 2014년 업무용 차량을 사적으로 사용하다가 경고 조치를 받은 B씨와 수천만원의 복지비를 부정수급했던 또다른 과장급 직원이다.

이들 2명의 직원은 현재까지도 감사실의 중추적 업무를 맡고 있다. 이들 직원을 감사실로 불러들인 인물은 2014년  '해외파견 직원 불법 실태' 감사를 지휘했던 D 감사실장이다. 

D 감사실장은 올해 다시 이 문제가 불거지자 자체 감사 대신 '객관적인 외부용역의 필요성'을 내세워 수천만원의 용역비를 들여 김앤장 법무법인에 감사 용역을 의뢰한 뒤, 지난 9월 석유공사 자회사 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석유공사 직무관련 범죄 고발세부기준(제4조)에는 공금횡령 등 부당한 이득을 취득한 경우, 회사 측의 고발을 의무화하고 있다. 부패방지법 56조 또한 '공직자의 부패행위 신고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이와 관련, 익명을 요구한 석유공사 한 직원은 "회사 내부에서 불법행위가 발각되면 사법기관에 고발한 뒤 전수조사 등 진상 규명 노력을 한 뒤 원금과 법정이자를 환수하는 등 민사상 법적 조치를 취하는 게 당연한 절차인데도, '다소 가혹한 조치'이지만 원금의 절반이라도 반환해라고 달래고 있는 실정"이라며 혀를 찼다.

석유공사 홍보실은 이같은 여러 의문에 대해 "현재 관련 직원들을 대상으로 '부정 수급액'을 환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중"이라고만 짧게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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