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국제뉴스) 송영숙 기자 = M&A에 관한 국내외 전문서적에는 다양한 적대적 인수방법과 그에 대한 현란한 방어책들이 소개되어 있다. 포이즌 필, 백기사 전략, 팩맨 전략 등등...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적대적 기업인수에서 가장 효과적인 공격방법과 방어방법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간혹 농담반 진담반으로 이런 얘기를 할 때가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효과적인 공격방법은 대상기업의 경영진을 업무상 배임죄로 구속시키는 것이다.” 그럼 가장 효과적인 방어방법은? “공격자를 업무상 배임죄나 자본시장법 위반으로 고소하여 구속시키는 것이다.”

회사를 운영하다보면 그 안에서 발생하는 문제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회사를 책임지고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은 힘들 수밖에 없는데, 회사의 업무 분야에 따라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할 수 있지만 공통적으로 발생하는 문제 중 하나가 바로 업무상배임이다. 업무상배임죄는 업무와 관련된 사람이 많으면 많을수록 사건이 복잡해지고 사실관계를 명확하게 파악하는 것 역시 힘들 수밖에 없다. 또 경우에 따라서는 배임죄가 사기죄와 비슷한 구성요건에 해당하여 자칫 사기죄로 처벌을 받게 되면 형법상의 처벌도 가중된다. 그렇기 때문에 업무상배임죄 사건에 휘말렸다면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업무상배임죄에 대해 판례와 함께 살펴보면, 주식회사의 대표이사가 대표권을 남용하는 등 그 임무에 위배하여 회사 명의로 의무를 부담하는 행위를 하더라도 일단 회사의 행위로서 유효하고, 다만 상대방이 대표이사의 진의를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때에는 회사에 대하여 무효가 된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경영권 분쟁이 일어나면 회사법상의 쟁송 외에 각종 고소·고발도 따라붙는다. 민사소송만으로는 그다지 위협이 되지 않고 증거확보도 어려운 반면, 압수수색이나 구속을 동반한 수사는 상대방에게 직접적인 위협이 되고 수사과정에서 향후 민사소송을 위한 증거도 수집되기 때문이다. 물론 모든 사건에 관해 강제수사가 실시되지는 않으므로, 고소·고발인은 수사기관을 움직여 압수수색, 구속 등으로 나아가게 하려고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게 된다.

민사사건의 과도한 형사화는 해묵은 문제이다. 민사소송을 통해서는 효과적인 구제를 받기 어렵기 때문에 원래 민사소송으로 해결할 일을 사기·배임 등으로 구성하여 고소·고발하기 일쑤다. 그런데 이것은 법을 잘 모르는 일반 서민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치열한 분쟁 상황에서는 기업인들도 그렇게 한다. 대형 로펌들도 그렇게 하라고 조언할 것이다. 그 결과 최선의 적대적 인수방법이 배임죄 고발이라는 웃지 못 할 꿀팁이 나오게 되는 것이다.

실제로 형사책임보다 민사책임을 묻는 것이 더 어려운 경우도 많다. 예컨대 이사의 손해배상책임을 물으려면 실제 손해액과 인과관계를 입증해야 하지만, 업무상 배임죄는 실해발생의 우려만으로 족하고 손해액의 입증을 요하지 않는다. 민사상으로는 피고가 이사이거나 상법상 업무집행 지시자에 해당해야 책임을 물을 수 있지만, 형사상으로는 쉽게 공동정범으로 인정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보니 교과서적인 믿음과 달리 종종 민사책임이 형사책임보다 더 묻기 어렵고, 이 역시 민사사건의 형사화를 부추기고 있다.

이와 관련해 법무법인 혜안 형사전문센터의 황규련변호사는 “민사사건의 과도한 형사화는 결코 바람직하다고 볼 수 없다. 더 긴요한 곳에 사용되어야 할 공권력이 사실상 민사적 구제를 위해 남용되어서는 곤란하기 때문이다. 특히 ‘배임’의 기준은 너무 모호하여 기업으로서도 사전적 준법통제를 통해 이를 방지하기 어려우므로, 배임죄의 광범위한 적용이 과연 기업의 준법을 촉진할 것인가도 문제이고, 결론적으로 민사사건의 과도한 형사화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는 무엇보다 민사구제의 실효성이 확보되어야 한다. 종래의 도그마에서 벗어나, 증거개시 제도, 집단소송의 확대, 실손해 배상을 넘어선 배상액의 유연화 등을 더 전향적으로 검토해서 가해자가 수사기관을 무서워하는 것이 아니라 피해자를 무서워하게 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이외에도 ‘남소’의 우려도 실증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현행법상 유일하게 집단소송이 인정되는 증권 관련 집단소송의 경우, 남소를 막기 위해 허가제를 취한 결과 법원 허가를 받는 데에 3심, 본안 소송에 3심, 도합 6심제로 운영되어 ‘남소’는 커녕 사건이 드물다. 이런 상황에서 민사사건을 들고 수사기관으로 향하는 피해자의 발길을 비난할 수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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