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국제뉴스) 송미숙 기자 = 업무상횡령죄 또는 업무상배임죄는 행위자가 보관하는 타인의 물건 또는 처리하는 타인의 사무가 업무상의 임무와 연결되어 있는 경우 횡령죄 또는 배임죄를 범한 자를 가중 처벌하는 죄이다. 단순횡령죄 또는 단순배임죄도 신임관계에 의한 보관자 또는 사무처리자라는 신분을 필요로 하는 신분범이지만, 업무상횡령죄 또는 업무상배임죄는 여기에 다시 업무자라는 신분이 요구된다. 전자는 이른바 구성적 신분(진정신분범)이라고 하고, 후자는 가감적 신분(부진정신분범)이라고 하는데, 이러한 의미에서 본죄는 이중의 신분을 요하는 이중적 신분범이라고 할 수 있다.

업무상 범하여진 횡령 또는 배임을 가중 처벌하는 이유는 업무관계에 기한 횡령 또는 배임행위가 다수인에 대한 신임관계를 배반하는 것이 보통이므로 보다 범행의 가능성과 피해범위가 크고, 사회의 신뢰를 해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구 형법에서는 업무상횡령죄만이 규정되어 있었으나, 현행형법은 업무상배임죄를 함께 규정하여 횡령죄와 배임죄의 취급에 통일을 기하고 있다. 그렇다면 대표이사의 대표권 남용과 관련하여 업무상 배임죄의 성부는 어떻게 될까?

먼저 업무상배임죄에 대해 판례와 함께 살펴보면, 주식회사의 대표이사가 대표권을 남용하는 등 그 임무에 위배하여 회사 명의로 의무를 부담하는 행위를 하더라도 일단 회사의 행위로서 유효하고, 다만 상대방이 대표이사의 진의를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때에는 회사에 대하여 무효가 된다.

따라서 상대방이 대표권남용 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던 경우 그 의무부담행위는 원칙적으로 회사에 대하여 효력이 없고, 경제적 관점에서 보아도 이러한 사실만으로는 회사에 현실적인 손해가 발생하였다거나 실해 발생의 위험이 초래되었다고 평가하기 어려우므로, 달리 그 의무부담행위로 인하여 실제로 채무의 이행이 이루어졌다거나 회사가 민법상 불법행위책임을 부담하게 되었다는 등의 사정이 없는 이상 배임죄의 기수에 이른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대표이사로서는 배임의 범의로 임무위배행위를 함으로써 실행에 착수한 것이므로 배임죄의 미수범이 된다.

그리고 상대방이 대표권남용 사실을 알지 못하였다는 등의 사정이 있어 그 의무부담행위가 회사에 대하여 유효한 경우에는 회사의 채무가 발생하고 회사는 그 채무를 이행할 의무를 부담하므로, 이러한 채무의 발생은 그 자체로 현실적인 손해 또는 재산상 실해 발생의 위험이라고 할 것이어서 그 채무가 현실적으로 이행되기 전이라도 배임죄의 기수에 이르렀다고 보아야 한다.

주식회사의 대표이사가 대표권을 남용하는 등 그 임무에 위배하여 약속어음 발행을 한 행위가 배임죄에 해당하는지도 원칙적으로 위에서 살펴본 의무부담행위와 마찬가지로 보아야 한다. 다만 약속어음 발행의 경우 어음법상 발행인은 종전의 소지인에 대한 인적 관계로 인한 항변으로써 소지인에게 대항하지 못하므로(어음법 제17조, 제77조), 어음발행이 무효라 하더라도 그 어음이 실제로 제3자에게 유통되었다면 회사로서는 어음채무를 부담할 위험이 구체적·현실적으로 발생하였다고 보아야 하고, 따라서 그 어음채무가 실제로 이행되기 전이라도 배임죄의 기수범이 된다.

그러나 약속어음 발행이 무효일 뿐만 아니라 그 어음이 유통되지도 않았다면 회사는 어음발행의 상대방에게 어음채무를 부담하지 않기 때문에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회사에 현실적으로 손해가 발생하였다거나 실해 발생의 위험이 발생하였다고도 볼 수 없으므로, 이때에는 배임죄의 기수범이 아니라 배임미수죄로 처벌하여야 한다.

다음으로 업무상횡령죄에 대해 살펴보면, 회사의 대표이사가 회사로부터 돈을 빌리는 형태로 회사의 자금을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 대표이사의 입장에서는 ‘내 회사로부터 금전을 빌리고 다음에 갚으면 되겠지’라고 생각할 수 있으나 이는 기업회계 상으로 가지급금으로 처리된다.

이와 관련해 법무법인 혜안 형사전문센터의 황규련변호사는 “가지급금은 대표이사의 차용뿐만 아니라 회계 상에서 맞지 않는 부분, 지출 근거를 찾을 수 없는 자금의 부족분 등을 가지급금으로 처리하고, 거래관행상 영업 목적상 발생하는 비용도 가지급금으로 잡아둔다. 원칙적으로 가지급금은 계정과목이 확정되는 즉시 그 확정계정으로 대체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고, 이 경우 확정적으로 이야기하긴 어려우나 업무상횡령죄에 해당될 가능성이 높다”고 이야기한다.

대법원도 “회사의 대표이사 또는 그에 준하여 회사 자금의 보관이나 운용에 관한 사실상의 사무를 처리하여 온 자가, 회사를 위한 지출 이외의 용도로 거액의 회사 자금을 가지급금 등의 명목으로 인출·사용함에 있어 이사회 결의 등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았음은 물론 이자나 변제기의 약정조차 없었다고 한다면 이는 통상 용인되는 직무권한이나 업무의 범위를 벗어나 대표이사 등의 지위를 이용하여 회사 자금을 사적인 용도로 대여·처분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할 것이므로, 그러한 행위는 형법상 횡령죄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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