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사상구선거관리위원회 지도 주임 안병일

▲ 부산사상구선거관리위원회 지도 주임 안병일

대한민국의 사계절은 아름답지만 유독 가을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다.

울긋불긋 단풍이 물든 나무를 보면 눈이 즐겁고, 바스락 바스락 낙엽을 밟으면 귀가 즐겁다. 문득 수북이 떨어진 낙엽들을 보니, 지난 지방선거때 개표장에서 보았던 투표지들과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지방선거는 동시에 여러 선거를 같이 치르다보니 투표용지의 색깔도 다양했다. 개표장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단풍이 물든 작은 설악산과도 같았고, 투표함에서 쏟아져 나온 투표지들은 가을의 낙엽처럼 수북했다.

그러고 보니 수북이 쌓인 투표지 중에서 당선자에게 투표한 용지를 제외하고는 모두가 낙엽처럼 사표가 되었다. 일부러 시간을 내어 투표장에 와서 희망을 안고 투표한 선거구민들의 마음이 피지도 못하고 버려진 것만 같아 씁쓸한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본인이 찍은 후보가 당선이 되지 않는 일이 반복되고 자신의 투표가 정치에 아무런 영향이 없다는 생각이 들면 사람들은 점점 선거에 무관심해질 것이다.

낙엽은 떨어져 나무에 거름이 되지만, 사표는 정치발전에 걸림돌이 된다.

한 나라의 정치수준은 그 나라 국민의 정치에 대한 관심수준과 비례한다고 할 수 있다. 관심을 받지 못하는 모든 것들은 꽃이든 동물이든 정치제도이든 다 잘 자랄 수가 없는 것이다.

이미 지방선거도 다 끝났고, 제21대 국회의원 선거도 한참이나 남아있음에도 불구하고, 필자가 낙엽을 보며 사표를 떠올리는 데에는 나름 이유가 있다.

지난 10월 24일부터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위)가 활동하기 시작했다. 정개위에서는 내후년 선거를 두고 사표 발생을 억제하고, 민의를 더욱더 반영하고자 선거제도가 한창 논의 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의 관심은 적은 것 같다. 선거보다 중요한 것이 "선거제도"이다. 경기를 시작하기 전에 룰을 만드는 것과 같다.

공정하고 합리적인 룰은 경기를 더욱 더 재미있게 하고 사람들에게 감동을 준다. 하지만 중대선거구제, 연동형 비례대표제 등 다소 어려운 용어와 아직은 먼 선거일정으로 인해 국민들의 관심이 저조하다.

그러다보면 선거제도가 정치타협의 산물이 되거나 정당의 이해관계에 따라 결정될 수도 있다. 이번 정개위에서 어떤 제도를 결정할지는 모르겠으나 논의의 출발과 끝은 국민의 민의를 더욱더 담아내는 방식이 되어야할 것이다.

내장산, 속리산, 지리산 등 말하면 다들 아는 단풍명소에 관광객들이 모여들 듯 정치개혁의 토론장에 국민들의 관심이 모인다면 얼마나 좋을까....다양한 색깔이 모여 아름다운 산을 이루듯, 다양한 의견과 뜻이 모여 형형색색의 아름다운 대한민국을 만들어 가는 장이 될 것이다.

이 가을 낙엽을 보며 한번쯤은 사표가 되었을 내 가엾은 투표지를 떠올려보며 선거제도 개편에 많은 관심을 갖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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