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국제뉴스) 송미숙 기자 = 대포통장에 보이스피싱 피해자가 송금한 돈을 통장 명의인이 인출한 경우 사기죄와 횡령죄가 적용될 수 있을까?

먼저 대법원의 관련 판례를 살펴보면, 보이스피싱 조직원에게 자기 명의 계좌의 통장을 양도한 후, 그 계좌에 송금된 사기 피해금을 임의로 인출한 사안에서, 계좌명의인은 피해자와 사이에 아무런 법률관계 없이 송금․이체된 사기 피해금 상당의 돈을 피해자에게 반환하여야 하므로 피해자를 위하여 사기 피해금을 보관하는 지위에 있다고 보아야 하고, 만약 계좌명의인이 그 돈을 영득할 의사로 인출하면 피해자에 대한 횡령죄가 성립한다고 판결하였다.

횡령죄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그 재물을 횡령하거나 그 반환을 거부함으로써 성립하는 죄인데 횡령죄를 범할 수 있는 자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로서의 신분을 가져야 한다. 따라서 횡령죄는 진정신분범이며, 의무 있는 자의 행위에 의한 범죄라는 점에서 의무범의 성격도 가진다. 또한 이득죄와 구별되는 재물죄의 성격을 가지므로 타인의 재물만이 횡령죄의 객체가 될 수 있고 재산상의 이익은 제외된다.

여기서 보관이라 함은 재물에 대한 사실적 지배 또는 법률적 지배를 말한다. 따라서 동산의 경우 타인의 금전을 위탁받아 은행에 예금한 자, 위임을 받은 점유보조자, 선하증권의 소지인이 보관자이며, 부동산의 보관은 그 부동산을 유효하게 처분할 수 있는 권능이 있는 자가 보관자이다. 따라서 등기명의인, 위탁관계에 의해 사실상 부동산을 관리∙지배하는 자는 보관자에 해당하나, 부동산의 임차인은 보관자가 아니다. 그리고 여기의 보관은 위탁임무에 따른 것이어야 하고 반드시 계약 등에 의하여 위임된 것에 한하지 않는다.

또한 횡령은 자기가 보관하는 타인의 재물을 불법으로 영득하는 행위인데 횡령의 태양으로써는 소비∙보관중의 예금인출∙임치물의 매각∙차용물의 입질∙압류∙은닉 등을 들 수 있다.

일정한 용도를 정하여 위탁받은 금전 기타 대체물을 위탁의 취지에 반하여 다른 용도에 사용한 경우 어떤 죄에 해당하는가에 대해 배임죄설과 횡령죄설의 대립이 있으나, 판례는 목적, 용도를 정하여 위탁한 금전은 정해진 목적, 용도에 사용할 때까지는 이에 대한 소유권이 위탁자에게 유보되어 있는 것으로서, 특히 그 금전의 특정성이 요구되지 않는 경우 수탁자가 위탁의 취지에 반하지 않고 필요한 시기에 다른 금전으로 대체시킬 수 있는 상태에 있는 한 이를 일시 사용하더라도 횡령죄를 구성한다고 할 수 없고, 수탁자가 그 위탁의 취지에 반하여 다른 용도에 소비할 때 비로소 횡령죄를 구성한다(대판 94도2076)고 판시하여 원칙적으로 횡령죄설의 입장이다.

법무법인혜안 형사전문센터의 황규련변호사는 “위의 경우에도 계좌명의인이 사기의 공범이라면 자신이 가담한 범행의 결과 피해금을 보관하게 된 것일 뿐이어서 피해자와 사이에 위탁관계가 없고, 그가 송금․이체된 돈을 인출하더라도 이는 자신이 저지른 사기범행의 실행행위에 지나지 아니하여 새로운 법익을 침해한다고 볼 수 없으므로 사기죄 외에 별도로 횡령죄를 구성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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